[충청일보 사설]  취임 100일을 맞은 충청지역 광역지자체에 대한 평가가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4년간의 임기에서 100일이라면 극히 짧은 기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선거 공약 실천을 위해 어떤 비전 아래 실천전략을 구상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우리는 대전과 세종, 충남북 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해 온 충청권 공조 약속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4개 단체장들의 출신은 모두 집권여당이다. 그만큼 기대감이 높았고, 실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신들의 지역구 외 충청권 발전을 위한 일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KTX 세종역 신설이나 충청광역철도망 구축 등 굵직한 사업에 대해서는 침묵 또는 반대 등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에 대해서 충청권 시도지사들은 같은 당 소속답게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이와는 달리 'KTX 세종역' 등 현안사업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해와 주민 여론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민주당 수장으로 금의환향한 이해찬 대표를 앞세워 세종시는 KTX 세종역 신설 재추진에 나섰다. 이에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대의적 명분으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가 지난달 20일 KTX 세종역이 신설됨으로써 충청권 공조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 도지사로서 용인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양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KTX세종역 신설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며 그 당시 개인적인 사견임을 밝히는 선에서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세종역 신설에 따른 지역 택시업계들의 반대와 대전서남부권 주민들의 호응에도 불구, 대전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엄밀히 말해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의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충청권 공조체계가 중요하다 손 치더라도 유권자들의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동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토대로 한 국책사업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거시적 차원에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KTX 노선과 역사만 해도 그렇다. 정부의 호남선 직선화 기조에 따라 신설된 KTX 공주역과 서대전역은 그 무엇 하나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단순히 자신의 지역구에 역사 하나가 들어서는 것만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도지사들이 만나 그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지역에 역사를 세우면 될 일이다. 후속조치로 역과 역을 잇는 교통망 구축 등을 요구한다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목표아래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시가동되었던 광역지자체협의회가 얼마나 실속있게 가동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자치단체간 분열은 자칫, 충청권에 떨어진 제 몫도 챙기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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