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道 예산정책협의회서
이해찬 대표 '폭탄 선언'
이시종 지사 "당 차원 언급 자제"
요청에도 추진 의지 재차 표명
한국당 "여권, 눈치만 봐" 비난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충북 지역사회와 충북도의회, 충남 공주시 등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KTX 세종역' 신설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충청권의 내분이 우려된다. 

충북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속내를 재확인만큼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 대표가 세종역 신설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8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민주당과 충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충청권 상생 차원에서 더는 나오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사는 이어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의 심각한 갈등과 (고속철도의) 저속철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충북도민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재가동하는 등 지역 여론을 전달한 것이다.

비대위는 지난 7일 이 대표의 충북 방문에 앞서 "이 대표가 KTX 세종역 신설을 밀어 붙이면 응징하겠다"고 경고했고, 같은 날 충북도의회는 세종역 신설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KTX 오송역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세종역 신설)을 충북만 반대하지 다른 지역은 다 찬성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현재는 (세종역 신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추진에 필요한 점수가) 좋지 않아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고, 예비타당성조사도 다시 신청하지 않았는데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요구하면 세종시는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인구가 늘고 교통량의 변화가 생기는 등 상황이 바뀌면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충북도가 요구한) 강호축이라는 큰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충북이) 작은 간이역을 반대해서 되겠느냐"고 맞받았다.

이처럼 이 대표가 세종역 신설추진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권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엄태영 한국당 충북도당위원장은 9일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의 지위를 이용해 세종역의 예타 통과와 예산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세종역 신설을)'충북만 반대한다'며 편 갈이 하는데 도지사부터 충북의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객관적인 말 한마디 못하며 눈치만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한국당 충북도당은 이날 성명에서 "(이 대표가)지금은 예타에서 타당성도 나오지 않고 세종역 신설의 가능성이 없지만, 추후 인구가 늘어나고 여건이 조성되면 재추진 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다"며 "KTX오송역의 위상을 흔드는 그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배격할 것이며, 이 대표의 갖은 책동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오송역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장섭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세종역 설치에 대해 행정행위가 들어간 상태가 아니다"라며 "세종시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지 않았고, 조건이 성숙된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찬반 논리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세종역 신설의 부당성을 국회와 정부부처에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도 "세종역은 이 대표가 여당 대표라는 위치 때문에 세종시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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