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한국의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하였다. 김연아는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 차이로 따돌리며 피겨 스케이팅의 화려한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때마침 한국인들에게는 경제적인 침체 국면 등으로 그늘진 마음이었으나, 그것을 일거에 털어버리는 효과까지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바로 이것이 스포츠의 힘이며 스포츠가 정치적 국면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조화와 통합을 이루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에 나는 어느 지면에서 "김연아의 가장 큰 적은 김연아 자신이다"라는 글을 읽었다. 그렇다. 이제 김연아의 적은 김연아 자신뿐이다. 그러기에 김연아의 적은 바로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의 정신이다. 프로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프로는 자기와 싸우는 자이다. 다시 말하면 프로란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서 상대 선수를 넘어서는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때일수록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새로운 단계를 설정하고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돌아보면 이때 모든 것의 원인과 결과는 다 내 안에 있는 것이다. 나의 적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나만이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고 또한 나를 넘어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 날 힘껏 노력을 하는 중에 우리도 모르게 어떤 힘이 나와서 그 일을 성취할 수 있게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 순간의 몰입이 이끌어낸 힘은 바로 집중력이며, 자기의 중심을 향한 강한 집중의 상태는 바로 자신을 넘어서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신은 또한 가장 작은 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에 곧바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자기 안의 적인 자기는 스스로가 간직하고 있는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가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나 다니엘 호오든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작품을 떠올릴 수가 있다. 작품 속에서 어린 주인공은 먼 미래에 다가올 큰 바위 얼굴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마음속에서 스스로의 내면에 가능성으로 존재하고 있던 역량이 현실로 발휘되었던 것이다. 이때의 상황은 자기 안에 존재하고 있던, 자기 스스로가 넘어서야 할 한계를 밀고나간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그에게 주어진 삶의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각고의 힘찬 과정이 참다운 삶의 실현 단계인 것이다. 스스로에게 적정한 선 안에서 안주하는 삶보다는 현재의 벽을 넘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시련과 고통을 철저히 끌어안고 뒹굴면서 인간적 품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우리가 감동하는 것도 다 이런 까닭에서다. 그가 빙상 위에서 화려한 미소로 웃는 모습은 단지 승리의 웃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갖는 안도감이자 진정한 자기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김연아 선수의 얼굴에 번지는 겸손과 멋쩍음은 우리 모두에게 그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다.

▲ 김완하 한남대 문창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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