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영동대 바이오지역혁신센터 교수

벌써 소의 해인 기축년 삼분의 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쇠고기 문제는 우리나라의 뜨거운 감자다.

얼마 전 캐나다가 wto에 소고기 개방 문제로 우리나라를 제소했으니 앞으로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알고 있듯이 우리 문화에서 소, 특히 한우가 차지하는 몫은 매우 깊고 넓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래가축인 한우는 4천여 년전 유럽 계통과 인도 견봉우 계통이 교잡되어 중국대륙, 몽골, 만주 등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된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30년 전과 현재의 한우 한 마리 가치를 비교하는 자료였다.

우리 삶에서 한우가 주는 무게를 고려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비교다. 30년 전 한우 한 마리 가격은 58만8000원으로 당시 국립대학 4년간 등록금 45만4000원을 납부하고도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우 한 마리 키워 팔면 자식 한 명 대학 등록금은 해결되니 우골탑(牛骨塔)이 괜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한우 한 마리의 가치는 어떨까? 2008년 한우 한 마리 가격은 389만5000원으로 국립대학 1년 등록금 최고가 964만9000원에견주어 보면 한 학기 고지서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1년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우 2.5마리를 팔아야 하니 말이다. 격세지감이다. 그래서 요즘은 우골탑 대신 인골탑(人骨塔)이란 조어가 생겨났다.

대학 등록금이 너무 올라서 학생이나 그의 부모님들이 비싼 등록금을 대느라 등골이 휘어지고, 뽑히게 생겼다는 뜻이다.

그럼 한우를 기준으로 다른 생필품의 가격과 비교하면? 30년 전 한우 한 마리로 쌀 21가마(80㎏), 순금 38돈, 휘발유 16드럼의 가치가 있었으나, 2008년 기준으로는 쌀 26가마(80㎏), 순금 30돈, 휘발유 13드럼 구입이 가능하다. 30년 동안 주요 생필품과 소 가격 변화 정도를 요약해서 살펴보면 한우는 6.6배, 쌀은 5.3배 증가한데 비해 대학등록금은 85배, 도시 근로자 소득은 27배, 순금은 8.5배, 휘발유는 8.4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한우에 비해 다른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들은 한우의 역할이 바뀐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얼마 전 흥행한 영화 '워낭소리'에서는 30년 전 한우가 우리 생활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논이든 밭이든 작은 고랑 하나만 만들더라도 기계가 투입되는 지금이지만 30년 전 우리 농촌에서 한우가 할 수 있는 일은 농사나 운반 등 무궁무진했다. 어쩌면 고향을 지키는 가족이기도 했다.

고기 외에 큰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현대에 비하면 그 시대 한우의 가치를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우 사육두수는 1978년 162만두에서 2008년에는 227만두 정도로 대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집마다 1∼2마리씩 키우던 복합영농에서 대규모로 전문화된 목장이 늘어난 덕분이다.

정부에서 한우에 대한 고기소 위주의 육종도 그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사회는 더 빠르게 변해 이미 우리 한우는 고기 자체로 다른 나라의 수입육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태. 이미 예전의 가치를 되찾을 수 없다면 앞으로 볼거리나 먹거리로서의 한우 문화가 올 한해 우리 사회곳곳에 더욱 더 견고하게 자리 매김하길 기대한다.

진정 한우 농가가 살찌고 인골탑이 사라지는 해이길 간절히 빌어 본다.

▲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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