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올해로 우리 고유의 한글이 만들어진 지 572돌을 맞았다.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글로 1997년 이미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 기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는 사람이 유일하다. 인간이 동물과 확연히 다른 것은 글자를 알고 쓴다는 것이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글자이다. 그 중심에 우리의 직지가 있다.

한글날, 글 친구들과 ‘2018 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을 찾았다. 직지 숲, 글자로의 산책길이다. 예술의 전당에서부터 길 건너 고인쇄박물관에 걸쳐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맨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이 직지 숲의 나무이다. 거대한 두 그루의 나무가 우뚝하다. 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크고 작은 나무토막들을 이어 또 다른 나무를 만들어 세웠고, 다른 하나는 근본은 나무이되 다른 이름으로 역할을 하다가 폐기된 목재들을 이어 붙여 나무 형태를 만들었다. 이 둘을 연리지로 형상화해 놓았다. 자연과 인공, 남과 북이 사랑으로 화합하여 하나됨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전시되어 있는 책과 더불어 말 그대로 글자 숲으로의 산책이다.

청주예술의전당 內 무심의 숲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 하여 마음을 바로 보면 그곳에 깨달음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직지의 내용 중 선사상이 잘 녹아 있는 일부를 구절구절 소개해 놓은 것이 진중한 울림을 준다. 평소 지극히 당연히 여겼던, 그래서 그 자체가 진리인 줄도 몰랐던 말들이 눈에 들어온다. 왠지 숙연함이 느껴진다. 진리는 동서양 종교를 초월하여 하나로 통하나 보다.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인류의 인쇄 문화 및 정보 문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음은 물론, 청주를 글자로서 세계 속에 우뚝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글자 인쇄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옛 책 만들기와 책표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자못 진지해 보인다.글자로 이루어진 책은 종이에 인쇄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홍수를 이룰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각 학교마다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고, 지자체에서도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간에 손만 뻗으면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시설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받침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경우다. 아예 연필을 잡고 글씨 쓰는 것 자체를 하려하지 않는다. 이는 스마트 폰의 보급에 의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전화기라는 작은 공간에서 실시간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다보면 생략, 축약 이모티콘 사용을 남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주 쓰지 않으면 실제 본연의 글자를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에 의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때때로 숨 한번 고르고, 금속에 글자 하나하나 새기던 그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 사각사각 연필 글씨로 좋은 사람에게 정성들여 편지 한통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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