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이 또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올해 1만 2000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5년간 총 17만 4000여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하고 그중에서 17만 4000개를 공무원 증원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문 후보 측 정책본부장은 공무원 일자리 17만 4000개에 5년간 부담할 재정은 17조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은 “17조원은 인건비(급여)만 계상한 것이고, 사무공간 마련, 사무실 유지비, 각종 비용, 향후 세금으로 지급해야 할 공무원 연금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고장난 계산기로는 공약 이행을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공무원 1인 증원에 따른 국민 1인당 공무원연금 부담액 추산’에 따르면 새로 채용되는 공무원 17만 4000명 중 연금 수령인 65세 이후 연금 수령자는 17만 1117명이고, 이들이 죽을 때까지 수량한 연금 총액은 92조 4000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들 증원 공무원들의 연금을 부담할 세대는 1인당 총 440만원, 매년 15만 1402원씩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매년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로는 퇴직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1993년에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지급금 등 지출이 더 커져 적자로 전환됐고, 2001년부터는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기 시작했다. 첫 해엔 598억원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만 7조 6900억원을 보전해줬고, 올해는 2조 2000억원을 국민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2016년부터 2055년까지 공무원연금 누적 적자 보전금이 무려 320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부족한 연금을 지원해주는 것 뿐 아니다. 적자를 내면서도 현재 퇴직공무원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직 헌법재판소장은 2명은 매월 720만원과 716만원을, 전직 대법원장은 712만원을 받아 나란히 사법부 출신 공무원이 연금소득 1~3위를 차지했다. 행정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659만원~566만원을 받는다. 현재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37만명의 평균 수급액은 240만원이지만, 33년 넘게 근무한 공무원들은 평균 291만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평균 37만원 정도에 불과해 ‘용돈 연금’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공무원 증원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가장 쉽고, 공무원 취준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쉽고 인기 최고인 정책을 역대 대통령이 왜 안 했는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재정부담 못지않게 공무원수 증가에 비례해 각종 규제도 늘어난다. 이처럼 역기능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은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하고,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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