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청권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영호남 패권주의로 인해 소외당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인구수가 호남을 추월하면서 '영호충'이 아닌 '영충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자존감을 높였고 '충청대망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충북출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중도 사퇴와 '미투' 폭로로 충남출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나면서 갈 길이 멀게 됐다.

지역출신이 대권을 잡아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소지역주의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 중요하듯 권력도 지역적으로도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여야가 바뀌듯이 말이다.

충청권이 국가의 중심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부적으로 단단히 뭉쳐야 한다. 내부 단합이 필수조건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 4명은 5월29일 세종시 싱싱문화관에서 공동 정책협약식을 열어 찰떡 공조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했고 당선됐다.

4년 전에도 민주당이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했지만 당시엔 야당 시도지사였고, 올해는 상황이 바뀌어 여당 단체장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이 더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영 딴판으로 가는 분위기다.

발단은 세종시로 꼽힌다. 기존 충청권 3개 시도가 힘을 합해 시작된 세종시가 지역 내분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KTX 세종역' 신설 추진이다. 세종시를 만들면서 관문역을 '오송역'으로, 관문공항을 '청주공항'으로 했음에도 이제 와서 이용시간을 2분 단축하기 위해 새 철도역사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비 낭비에 지역 상생정신을 저버리는 행위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세종시가 예비타당성 심층조사를 내년쯤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세종역 신설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충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역 신설)을 충북만 반대하지 다른 지역은 다 찬성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충남의회 최훈 의원(공주2)은 지난 11일 3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대전지역도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반대하고 나서며 지역의 내홍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전시 택시업계는 사업구역을 놓고 세종시와 갈등중이다.

세종시 2곳에 있던 '대전 가는 택시 타는 곳' 승강장 표지판이 최근 사라진 게 계기가 됐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민주택시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대전개인택시조합·대전법인택시조합·모범운전자연합회 대전지부 등 대전 택시 5개 단체는 지난 12일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세종시와 대전시 사업구역 통합 운영을 위해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전시 경제인구 유출에 따른 택시종사자 생존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세종시가 대전시와 동반 성장의 뜻을 분명히 밝히려면 사업구역을 합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충청권 상생 방안 없는 KTX 세종역 신설은 강력하게 막을 것"이라며 KTX 세종역에 대한 반대 의사도 피력했다.
여당 광역단체장들과 정치인들은 충청권 내분 확산을 막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만약 지역 내홍의 근원지 역할을 할 경우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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