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올 국정감사가 이렇다 할 이슈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호통과 퇴장, 텅빈 자리 등 예년에 숱하게 봐왔던 모습은 올해도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날카로운 정책질의와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며 국정을 바로잡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당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를 두둔하고, 문제가 불거진 각료나 기관장들을 옹호하는 제식구 감싸기에만 몰두하는 양상이다. 해마다 되풀이 해온 퇴장과 파행도 연일 반복된다. 이런 구태들은 뭔가 ‘한방’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국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파행의 이유와 유형도 갖가지다. 국감 첫날인 10일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첫 파행 현장은 더구나 법을 다루는 법제사업위원회 국감장이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전국 법원장들에게 공보관실 운영비를 나눠줬는데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이던 김 대법원장은 이 돈을 공보관실 운영비에 현금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듣자고 했으나 여당이 이를 거부,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국감은 1시간만에 중단됐다.

이틀째인 11일에는 교육위원회 국감장에서 퇴장 파동이 재연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국감에 출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상당부분 혐의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모두 퇴장해 정회됐다.

셋째날인 12일에는 제주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 '강정마을 주민 사면검토' 발언을 놓고 국제법사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격돌하면서 파행을 불러왔다. 야당 의원들은 불법 시위 주동자들에게까지 사면을 검토하겠다는 건 법치주의 파괴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비판, 시비를 벌이다 역시 정회됐다.

고성과 호통은 어디서나 흔하게 튀어나왔다.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선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소환해놓고 한 여당 의원이 핵심인 국제대회 입상 선수에 대한 군입대면제 관련 질문 대신, 근무는 어디서 하느냐는 등 본질을 벗어난 질문으로 호통을 쳐 눈총을 받았다.

국감장에서 정작 중요하고 문제를 따지고 답변을 듣기는커녕, 시시콜콜한 내용이나 절차를 갖고 티격태격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이처럼 ‘맹탕’ 국감이 이어지는데는 야당의 책임이 크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일자리와 경제침체 문제, 대북제제와 한미동맹은 이상이 없는지, 등등 국민들이 알고싶어하는 관심사는 얼마나 많은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보수 야당은 화력을 집중해 이슈를 크게 부각시키고, 전 국민적 관심사로 물고 늘어지는 전략·전술이 턱없이 부족하다. 싸움 기술의 부족과 싸움 자체를 싫어하는 체질 때문이다. 게다가 제1야당인 한국당은 조강특위 구성 등 당권과 공천권의 향배 등에 정신이 팔려 대여 투쟁에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있으니 “별 볼일 없는” 국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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