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중원의 고려 사찰' 진행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서기 918년 7월 25일(음력 6월 15일) 태조 왕건(재위 918~943년)이 즉위하며 국호를 고려(高麗)라고 했다.

이는 단순한 왕조 교체를 넘어 고대에서 중세로 시대 전환을 시작한 역사적인 첫 걸음이었다.

국립청주박물관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불교계를 둘러싼 중원 지역 고려인들의 활동상을 살피는 특별전 '중원의 고려 사찰 : 사람人과 바람願'을 청명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내륙 수로와 육상 교통로가 교차하는 중원 지역은 삼국시대 이래로 접경지역으로서 전략적 요충지였다.

왕건 역시 중원 지역을 확보함으로써 고려 건국의 안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세간(世間)의 불교'에서는 재가신도(在家信徒)들의 활동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그들의 바람이 어떤 것이었는지 살핀다.

먼저 더 나은 미래의 삶과 내세의 행복을 바라는 염원을 담은 일반 신도들의 불사(佛事) 사례를 살펴보고, 이어서 고려 왕실의 불사로서 광종(재위 949∼975년)이 창건한 충주 숭선사의 위상을 확인한다.

2부 '출세간(出世間)의 불교'에서는 청주 출신의 법상종 승려 원증승통(圓證僧統) 덕겸(德謙·1083~1150년)과 보은 법주사에서 가르침을 폈던 자정국존(慈淨國尊) 미수(彌授·1240~1327년) 등 중원 지역을 무대로 법등(法燈)을 이어간 고승들의 행적을 더듬어 본다.

이로써 속세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출가, 진리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한 승려들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청주인 갈남성(葛南成)이 수선사 2대 사주인 진각국사(眞覺國寺) 혜심(慧諶·1178~1234)으로부터 받아 간행한 '주금강반야바라밀경'(注金剛般若波羅密經·보물 1507호)은 고려 중기 중원 지역에서 크게 융성했던 결사(結社) 운동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3부 '세간과 출세간의 만남, 부처 공양'에서는 일상적이고 상시적으로 이뤄진 가장 기본적인 부처 공경 행위로서 부처공양(佛供養)의 모습을 살펴본다.

재가신도와 승려들이 부처를 위해 밝은 등불, 청정한 향과 소리, 정갈한 음식을 올릴 때 사용한 각종 공양구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고려인들이 각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부처에게 공양을 올리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전시는 정토사에 머물렀던 법경대사와 홍법국사의 탑비 탁본, 청주 용두사지철당간(복제)과 충북의 여러 지역에서 발견·발굴된 향로와 범종 및 청동 금고 등 중원 지역과 인연이 깊은 불교 문화재들로 꾸몄다.

이 중 국가지정문화재로 옥천의 지방관이 발원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국보 185호·국립중앙박물관)과 '금동 용머리 모양 토수'(보물 781호·삼성미술관 리움), 청주의 지방 관리가 간행한 '주금강반야바라밀경'(注金剛般若波羅密經·보물 1507호·광주 자운사), 청주 원흥사의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보물 1408호·청주고인쇄박물관)과 충주 청룡선사의 '선림보훈'(禪林寶訓·보물 700-2호·충주박물관)' 등 7점이 출품됐다.

특히 숭선사지에서 출토된 금동 연꽃봉오리 모양 기와못은 금속으로 제작한 기와못으로는 국내 유일의 사례이며 이번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되고 있다.

청주박물관 관계자는 "고려 건국에 결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중원, 특히 중원 지역 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해 가는 청주박물관에서의 고려 건국 기념 특별전 개최는 의미가 매우 깊다"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00여 년 전 중원 지역에 살았던 고려인들의 바람이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와 닿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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