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청주시 봉명2송정동 주무관

 

[박성진 청주시 봉명2송정동 주무관]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중략) 이에 굳은 각오와 다짐으로 다음을 실천한다. 하나, 공익을 우선시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중략) 하나,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

공무원 헌장을 보면 딱딱하다. 딱딱한 문장은 명사, 목적어, 동사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각종 미사여구가 붙지 않는다. 담백하게 직선으로 실천하면 그만이다. 그런 딱딱함은 불편이다. 그러나 불편은 귀찮아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다. 공직자로서 공무원 헌장을 천천히 음미해보면 헌장을 꿰뚫는 중요 포인트는 청렴이다. 청렴은 공직자라면 최소한의 기준인 것이다. 청주시 공무원이라면 요즘 귀에 딱지 앉게 듣는 얘기이기도 하다. 청렴의 사전적 정의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이 정의도 뭔가 형이상학적이며 딱딱하고 재미없다. 그러나 공직자와 청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그런데 요즘 떨어져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망상이 피어난다.

일찍이 우리나라는 청빈한 생활 태도를 유지하고,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봉공하는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며, 백성들을 마치 부모처럼 어루만지는 선비의 전형을 예로부터 '청백리'라고 했다. 예로부터 청렴을 기본으로 삼았다. 현대에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있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해 2016년 9월 28일부터 전격 시행했다. 법안 시행 초기에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기준으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도 과태료 부과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담았다.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100점 만점에 54점을 받아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51위를 기록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부패지수는 높다. 뭔가 변화를 필요한 시점이다.1970년대 베네수엘라는 강렬했다. 석유라는 천혜의 자원으로 남미를 호령했다. 남미 최고의 부국이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전락했다. 차베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곤두박질쳤다. 그 가운데 중요한 요인이 부패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나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십상시를 비춰보면 패망의 원인에는 부패가 어른거린다. 부패는 말랑하다. 말랑함에는 붙는 게 많다. 형용사, 부사, 감탄사가 붙어 화려한 언어로 상대방을 현혹시킨다. 그리고 그곳엔 정(情), 연(緣)이 따라붙는다. 끼리끼리만 정답게 연명하려고 정과 연이 강한 힘을 발휘한다. 과연 '정?연 카르텔'이라고 할 만이다. '정?연 카르텔'에서는 필연적으로 부패가 싹튼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인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는 청렴 대통령이다. 당시 유럽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연평균 5.7% 이상의 엄청난 경제 성장으로 국민을 잘 살게 하고 국가 투명성 지수를 OECD 평균보다 높은 174개국 중 19위로 올려 우루과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퇴임한 그는 15년 된 자동차 1대, 시골집 1채, 작은 농장, 트랙터 2대가 재산의 전부였다고 한다. 그는 친근한 할아버지인 '페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지금도 국민들이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딱딱해지자. 공적 영역만큼은 정과 연이라는 말랑함과 떨어져서 살자. 공직자라면 마땅히 딱딱한 청렴 속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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