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쌀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 창고에는 쌀이 남아돈다는데 쌀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최근 쌀 한 가마니(80kg)의 산지 값은 지난해 이맘때 보다 26%가 오른 18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쌀값 인상을 두고 물가인상 주범론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대북 쌀지원으로 쌀값이 폭등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나돌고 있다. 그런데 쌀값을 들여다보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농민들을 푸대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농민들의 삶과 땀의 대가를 가볍게 여기며 살아 온 것이 한편 씁쓸했다. 그래서 식당에서는 밥 한 공기 추가해도 밥값을 받지 않기도 했고, 쌀값으로 가정경제 위기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쌀값은 적어도 농민들이 내년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농민들이 쌀값을 받아 단순히 생산비만 건져서는 안되며 생활비용이 충당되도록 돼야 된다.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다소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7~3.6% 줄어들 것으로 당국이 잠정 집계돼 쌀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쌀값이 치솟으면서 여파가 다방면으로 번지고 있다.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정부 감산정책에다 올여름 기승을 부린 폭염·폭우가 전국적으로 쌀 생산량 감소를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상승한 쌀값을 놓고 농민, 소비자, 유통업계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등 사회 전반에 혼란이 미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쌀 수확기에 비가 오는 등 날씨가 나빠 20% 가량 급감하면서 쌀값이 뛰고 있다. 게다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가주 오로빌 댐이 붕괴 위기를 겪고, 비가 오는 날씨 등 악천후로 인해 쌀 수확에 악영향을 끼쳐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또 벼 수확에 안 좋은 일교차가 큰 날씨가 계속되는 악재에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잇달아 발생한 태풍으로 이들 국가들이 미국 쌀 수입을 늘어나 쌀 국제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급등한 쌀값이 미치는 여파다. 과일, 채소에 이어 쌀값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물가 불안이 가중될 거라는 점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관련 업계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쌀값 폭등은 무엇보다 농정 정책의 실패 탓도 크다. 쌀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비축 물량을 제때 풀지 않고 되레 매입량을 늘려 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급조절이 어긋난 탓도 크다고 볼수 밖에 없다. 그동안 쌀값 하락도 정부의 잘못된 시장 개입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쌀 수급정책의 실패는 이뿐이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생산조정제도도 문제다.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직불금제도도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소수 부농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할 때 쌀값이 적정 수준으로 오르는 건 맞는 방향이다. 그렇다고 해서 떨어졌던 쌀값 5년치가 한꺼번에 올라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현실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르더라도 가계 사정에 큰 무리가 없도록 쌀 매입과 방출 등 수급조절 방안을 보다 치밀하게 짜야만 한다. 기름값이 오르고 과일, 채소 가격도 치솟고 있는데 쌀값마저 뛰면 서민 주름살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쌀 정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밥 한공기가 300원은 농민의 주장대로 쌀값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가격이 형성돼야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살고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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