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현직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꿈에 관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부모가 없다거나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꿈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을 이야기하면 우선 큰 부담을 느끼는가보다. 은연중에 꿈은 무언가 커야하고 높아야하고 대단해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 관념 때문이다. 모두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이 된다면 나라는 고르게 발전할 수 없고 삶의 의미도 멋도 찾을 길이 없을 것이다.

꿈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 나아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일러주면 그제야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꿈은 매일 자라며 작은 것부터 계단을 오르는 일이다. 정년을 맞아 교단을 떠나온 지 여덟 달이 지나고 있다. 외적으로 몸의 건강과 내적으로 마음의 감성향상을 위해 작은 꿈을 꾸고 있다. ‘내일 새벽에 테니스 레슨을 미루지 말고 받으러가야지’ 하는 꿈을 안고 알맞게 잠자리에 든다.

내가 졸업한 청주교육대학교엔 교문 좌측으로 테니스 코트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직장에서 정년을 하신 원로선배들이 새벽부터 라이트를 밝히고 공을 주고받으며 하루의 꿈을 주워대고 있다. 그 중 전국테니스대회에 다니는 노익장이 레슨을 받으라고 권해 새벽에 모교를 찾게 되니 정년 이후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대운동장에는 여자축구 동아리팀이 골대를 가른다. 꿈을 펼치고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면 우선 건강을 다져야 함에 정겹고 멋지게 보인다.

내가 미혼시절 6학년에 담임한 제자를 40년 만에 만났는데 ‘시인이 되고 싶다’는 뜻밖의 꿈을 살짝 전해들은 적 있다. 그 제자가 제10회 반기문 전국백일장에 나가 운문 대상을 받아 꿈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나도 착한 시인이 되어야 하는 꿈이 있기에 오랜 숙원으로 창립된 ‘충북시인협회’ 부회장을 맡아 조심스레 한 발을 내 딛고 있다. 제자와 함께 시를 향한 꿈을 더욱 다져볼 생각이다.

꿈은 ‘러브 유어셀프’에서 시작된다. 방탄소년단(BTS)은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절망을 극복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다’며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 세계 청년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자랑스럽고 감격적인 일이다. 대표 연설자로 나선 리더 RM은 영어로 개인 스토리를 풀어내며 "저는 여러분께 자신에 대해 말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다"면서 우리 각자가 꿈을 꾸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들이 위대한 것은 연설을 잘해서가 아니다.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다. 꿈을 향하여 꿈의 실현을 위해 소통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꿈의 존재이다. 그렇다면 누가 꿈을 꾸어야 하는가? 학생들만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그들 영혼의 울타리인 부모님, 선생님이 함께 꿈을 꾸는 것이 마땅하다. 나무는 말없이 새로운 성장의 꿈을 위해 여름내 입었던 녹색을 내려놓고 고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발걸음마다 꿈을 꾸는 시월이었으면 한다. 마음마다 꿈을 다시 심는 시월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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