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식 국무총리실 담당 국장] 정부가 술에 붙이는 '세금'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술 많이 먹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농담이 현실화될지 의문이지만, 이번만큼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의 발단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맥주를 포함한 전체 주류에 대한 과세방식을 종량세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전체 주류에 대한 종량세 문제 전면 검토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종가세란 제조 원가나 수입가 등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종량세는 용량이나 부피·알코올 농도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다.

이번에 김 부총리가 주류 과세체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국내맥주와 수입맥주 간 과세형평성 차이에서 시작됐다. 현재 맥주 과세체계는 종가세로, 국내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을 과세표준으로 해 과세를 한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와 관세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쉽게 말해 미국·유럽연합(EU)과 같은 맥주 무관세 지역의 경우 세부담이 훨씬 낮아지므로 싼 가격에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다.

쟁점의 중심은 주류시장을 바라보는 기본 축을 어디에 두냐는데 있다. 소비자가 주류를 결정하는 기준은 딱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입맛(기호)에 따라, 그리고 가격에 따르는게 일반논리다. 일반 음식업계 기준으로 소주와 맥주 한 병의 가격이 4000원 시대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집권여당 의원들까지 종량세 도입에 찬성의사를 밝힌만큼 이번에 추진하는 정부정책은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입맥주에 종량제를 도입할 경우, 국내 맥주생산업체는 2~3배에 이르는 세제차이를 극복하게 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는 더 이상 '4캔=1만원'이라는 맥주를 구입할 수 없다.

서민의 '대표 술'이라 꼽히는 소주시장은 종량제가 가격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소주 한 병에 붙는 세금은 540원가량이다. 하지만, 종량세가 도입되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종량세를 도입시 맥주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소주 가격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국내 맥주에 대한 세금이 낮아지더라도 업소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키워드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되어서는 안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무작정 세제개편을 단행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자칫 '국민의 주머니 털어 복지에 올인하는 정부'라는 소리를 듣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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