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지난 주말 지리산 종주를 2박3일에 걸쳐 했다. 종주 산행을 할 때는 짐 싸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은 짐을 싸면 등산하기가 어렵다. 너무 적은 짐을 챙기면 산에서 부족한 것들이 많다. 산행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종주에선, 후발대 역할도 해야 해서 평소보다 짐이 많았다. 산행 떠나기 전날 밤, 짐을 챙겼는데, 산행 짐을 싸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첫째 방법, 가져가야 할 모든 짐을 우선 꺼내 놓은 뒤 가장 필요 없는 물건부터 제외하는 방법이다. 모든 짐을 꺼내놓고 보니 의외로 모두 필요한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랴, 이 짐을 모두 짊어졌다가는 산행자체가 안될 수 있으니. 원래 목적인 산행을 제대로 하려면 무조건 짐을 줄여야 한다. 필요한 것을 모두 꺼내놓으면 종주 산행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다만 물건들을 제외하는 과정에서 가져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갈등이 생기게 된다.

분명한 것은 원래 목적인 산행을 잘 하기 위해서 '적절한 무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두 번째, 꼭 가져가야 할 물건들 목록을 만들어서 그 물건들로만 짐을 꾸리는 방법이다. 이 경우 산행을 위해 필수적인 물건들로만 배낭을 꾸리게 된다. 그만큼 짐은 간소화 한다. 다만, 가져갈 물건을 줄이는 것이 능사라는 생각에 정작 필요한 물건을 못 챙기면 원래 목적인 산행을 즐기지 못한다.

가벼운 배낭은 종주산행 기본이긴 하지만, 필수적인 물건을 빼놓을 경우 산행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특히나 날씨 등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가벼운 짐 꾸리기'는 위험하다. 역시 적절한 무게가 필요하다. 견딜 수 있을 만큼 필요한 짐을 꾸리는 것이 현명하다.산행 짐 꾸리기를 하다 보니, 나라 운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첫째 방식은 나라운영을 함에 있어 모든 문제들을 꺼내놓는데서 출발한다.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하면 좋겠지만(산행에서 모든 짐을 지고 가는 것), 사실상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모든 짐을 꾸려 산에 오를 수 없다.) 나라운영을 할 때 우선 필요한 일부터, 조금 덜 필요한 일까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나 국가시스템으로 볼 때 우선 해결해야 할 일부터 하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제대로 된 국가 운영을 할 수 있다.(산행이 성공한다)

둘째 방식은, 모든 문제들을 꺼내놓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제된 문제만을 내놓는다.(사전에 목록을 만들어 최대한 가벼운 짐꾸리기) 이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안을 잘 운영할 수는 있다. 다만 정작 필요한 사회적 요구, 다양한 목소리, 꼭 필요한 정책입안 등을 빠뜨릴 수 있다.(필수적인 물건을 빼놓은 가벼운 배낭의 경우 산행사고를 유발한다) 산행을 잘 하기 위해선 짐 꾸리기가 기본이 되듯이, 국가운영을 하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짐을 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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