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법적 기준으로 보면 65세 이상은 노인으로 분류된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한국도 마침내 노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국민의 83%가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로가 우리의 미덕이었다. 사실 노인들은 공경 받아 마땅하다. 한 가정을 책임졌고 지금의 한국을 이룬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져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노인들은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정에서조차 핍박받고 무시당하고 폭행에 시달리면서 마침내 외톨이가 된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은 분노심이 커지고 젊은이들은 그런 노인들이 무지하다고 괄시한다.

노인들은 가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 결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미흡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어떨 수 없이 은퇴 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는다. 노인들은 가능하면 7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가진 노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위협한다고 여긴다. 세대 간의 소통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불통은 결국 혐오를 낳는다.

이제 노인들은 가족이나 건강보다 돈을 최우선시한다고 한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 수명을 늘이는 것이 노후의 행복 가운데 하나라고 여긴다. 그런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적이다. 좋은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병원 가까이 사는 대도시 노인의 평균 수명이 공기 좋은 곳에 사는 농촌 노인의 수명보다 더 길다는 통계도 있다. 젊은이들은 장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이라 여기고, 돈을 가장 중히 여기는 노인들을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노인과 청년은 좀처럼 생각을 좁히지 못하고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대 간의 대립과 반목은 양측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서로 상생하고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양측은 물론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노인은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청년을 보듬고, 청년은 노인의 고충을 헤아릴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청년층의 취업 문제와 노년층의 재취업 문제에 대한 이해, 서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길 때 지금의 우려스러운 사회는 희망적 사회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저출산과 더불어 고령화 현상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고령화 현상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의 의무요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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