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한흥구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충북도체육회 한흥구 사무처장(62·사진)이 이달 말(31일)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한흥구 사무처장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한 뒤 초대 사무처장을 역임해, 그의 퇴임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 처장은 또 지방 사무처장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선수단 부단장을 역임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외에도 충북이 전국체육대회 역사상 최고 성적인 종합 2위, 6년 연속 한자릿수 달성하도록 하는 등 눈부신 업적을 쌓도록 이끌었다.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를 낳으며 충북 체육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처장의 퇴임 소회와 체육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봤다. 

-먼저 퇴임 소회(所懷)를 들려준다면.

"2015년 2월 24일자로 충북생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부임하면서 체육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16년 3월 역사적인 전문체육·생활체육 통합 창립총회를 갖고 그 해 5월 2일자로 통합 첫 사무처장을 맡게 됐다. 생활체육회의 마지막 사무처장이면서 동시에 통합 초대 사무처장이다. 중책을 맡은 3년 8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점은 3가지였다. 통합 작업을 원활히 해 연착륙시킬 것과 성공적인 전국체전 개최·종합 순위 2위 달성, 마지막으로 생활체육이 소외되지 않도록 활성화시키는 점 등이다. 재임기간 이러한 목표를 나름 이룬 것 같아 다행스럽고 체육계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초대 통합 사무처장의 역할이 쉽지는 않았텐데.

"2016년 3월 통합 창립총회 후 새 이사진이 구성되고 그 해 5월 1차 이사회를 열어 새 규정을 만들었다. 이후 충북도뿐 아니라 11개 시·군 체육회의 통합 작업이 진행됐다. 무려 64개 종목 단체를 통합시켜야하는 점이 사실 가장 힘들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한지붕두가족' 살림을 하다보니, 종목별 융합이 원활하지 않고 삐걱거리는 일도 발생했다. 최근에야 통합을 이룬 종목도 있었는데, 정말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편으로는 생활체육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주말마다 현장을 찾았다. 주말을 반납하고 뛰어다닌 덕에 생활체육인들에게 인정받기도 했다.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객관적으로 통합 사무처장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40년 공직생활 동안 행정이 아닌 지적 직렬에서 일했기 때문에 체육을 접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시종 지사께서 옥천부군수로 전격 발령하면서 종합행정을 다루는 기회를 얻었다. 옥천군체육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과의 인연을 처음 맺게됐다. 부군수를 역임하며 체육과 함께 전체 행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체육회 사무처장도 행정중심 업무 수행과 함께 어느 종목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처리가 필요한데, 이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종목단체에서 전문체육인이 하는 것보다 버금가게 일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직의 경험이 토대가 됐다고 본다."

-지방처장 최초로 아시안게임 선수단 부단장을 맡았는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시종 도지사 , 각 시도 사무처장의 배려로 아시안게임 선수단 부단장을 맡을 수 있었다. 본부 임원 등 11명이 활동했찌만 지방처장은 혼자였다. 선수와 체육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목표한 2위를 일본때문에 달성못해 아쉬움은 있었다. 특히 강세종목들에 대한 메달수를 줄여 상당히 힘들었다. 양궁, 태권도 등 지도자들이 외국으로 스카웃되면서 실력이 평준화된 점도 목표 달성을 방해했다. 더욱이 이용대·장미란·박태환 등 우수선수들이 전환기를 맞았지만 그들을 이어줄 후배들이 나오지 않아, '누수'도 있었다. 비록 일본과 버겁게 싸워 2위를 놓쳤지만 마지막날 야구와 축구가 우승해 3위를 했어도 국민들에게 칭찬을 받은 것은 보람이었다. 자카르타에서는 한인 회장,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많은 도움을 줬다."

-체육계를 떠나면서 체육회와 체육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체육회 직원들이 주말도 없이 체육 현장을 다니며 고생한다는 것을 느꼈다. 체육회 직원 중에는 전문 체육인 출신, 비체육인 출신이 있다.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편애하지 않고 그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사기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충북 체육의 성적도 떨어진다. 사실 통합 후 조직 인원이 축소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이제 떠나게 되면서 그런 부분은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후임 사무처장은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체육회의 외형적 보강을 새로이 검토해 주길 바란다. 또 그럴 때가 됐다. 직원들의 일의 양이 너무 많아 이를 덜어달라고도 부탁하고 싶다. 직원들은 늘 묵묵히 고생하며, 갑보다 을적인 부분이 많아 음지에서 일하고 있음을 느꼈다. 체육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다. 체육계는 선배들이 있어 버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배들의 후배 사랑과 관심이 적지않다. 전국체전 같은 큰 경기 현장에 선배들이 직접 와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을 보고 체육계 선배들은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선배들의 사랑은 어느 단체나 조직보다 체육조직이 대단하다. 종합성적 2위, 6년연속 한자릿수 유지는 선배들의 애정,사랑 덕분에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통이 유지되고 후배들도 이를 닮아가길 바란다."

-끝으로 앞으로 계획과 도민들에게 한 말씀.

"지금까지는 조연으로, 제2인자로 살았던 것 같다.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은 도민이 1인자로 여기고 2인자로 살았다. 체육계에 와서는 체육이들이 1인자라는 생각을 갖고 2인자의 마음으로 지냈다. 그렇게 40여년을 2인자로 생활했다. 퇴직하게 되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이제는 1인자로 살고 싶다. 더불어 봉사활동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할 생각이다. 도민들에게는 체육을 사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체육은 도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제대회 나가 우리 도대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경기를 펼치면 도민들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체육이 사랑받고 응원받기를 바란다. 또한가지는 20만명이 넘는 생활체육 동호회가 확대 도민들이 평생 즐기는 스포츠, 7330(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루 30분 운동)을 실천해 건강한 충북도가 될 수 있도록 참여하고 응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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