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아, 이런! 난 진짜 죽은 게 아니야! 죽었나? 내 몸이 죽었다는 거야? 나는 내 아래를 볼 수 있어. 하지만 난 공중에 떠 있는 게 아닌데‥‥. 저기 내 몸이 병원 침대에 납작하게 누워 있군. 주변 사람들은 나를 죽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죽은 게 아냐. 난 외치고 싶어. 이봐! 난 진짜로 안 죽었어! 이런 젠장. 믿을 수 없는 일이야‥‥. 간호사가 내 머리 위로 시트를 끌어올리는군. 사람들이 울고 있어. 정말로 내가 죽은 모양인데 그럼 난 뭐지? 이건 이상해! 몸은 죽었는데 나는 여기 위에서 돌아다니고 있거든. 살았단 말이지!”

이것은 ‘영혼들의 여행’의 저자 뉴턴 박사의 환자가 깊은 최면에 빠진 상태에서 전생에 겪었던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 한 것이다. 그는 흥분과 경외감에 들떠서 육체로부터 분리된 영이 본 것과 느낀 것을 말하고 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영혼이 육체를 떠나 공중에 떠 있다는 충격이 조금씩 사라지자 그는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점점 높이 오르고 있어‥‥. 내 몸을 내려다보면서 말이야.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단지 내가 출연하고 있다는 점만이 달라! 의사가 아내와 딸을 위로하는군. 아내는 울고 있어. 나도 아내 마음에 닿고 싶어. 나는 아주 괜찮다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하지만 아내는 슬픔에 사로잡혀서 닿을 수가 없어. 내 고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아내가 알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육체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더 이상 내게 육체가 필요 없다는 걸‥‥. 난 여기 좀 더 있어야 하는데‥‥. 이 사실을 아내가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듣지 않아. 아! ‥‥나는 지금 떠나고 있어.”

대개 초 의식 상태에서는 기억들이 확대되어 가듯 최면 상태에 든 사람은 영적인 행동에 더 잘 연결된다고 한다. 그런데 최면 상태에서 사람들이 술회하는 전생의 죽음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실제로 죽었다가 살아온 임사 체험자들의 진술과 별로 다르지가 않다. 또 일시적으로 유체이탈(流体離脫)의 경험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최면 상태에 들어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을 때의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를 모아보면 자신들의 몸이 둥둥 떠돌아다닌다는 것과 그들 앞에 있는 어떤 물체를 만지려고 해도 그것들이 더 이상 고체처럼 만져지지 않는다는 것. 또 살아 있는 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죽었을 때의 느낌에 대해 말한 내용도 서로 같은데 죽은 장소로부터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감각을 받았으며 동시에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생각하듯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움에서 오는 환희감을 느꼈으며 그들을 둘러싼 밝고 흰빛에 둘러싸여 긴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깊은 최면 상태에 든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많은 전생의 기억속의 날짜나 장소 따위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게 되는 과정과 순간은 실제로 육체가 대단히 고통스러우면 죽기 전에 영혼이 먼저 육체를 버리고 떠나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혼은 죽어가는 자신의 육신 가까이에 머무르면서 미련을 완전하게 버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과는 반대로 일단 육체가 죽으면 영혼을 그 육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즉 육체가 죽음으로써 그 생은 이미 끝났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의 세계의 아름다움 속으로 그들의 길을 재촉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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