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정부가 9.19 평양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전격 비준한 후 대통령의 서명을 완료했다. 금명간 이를 공포하면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비준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 문제는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고 행정부 단독으로 비준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국회 비준 없이 행정부 단독으로 한 것은 법적 일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야당은 평양선언 비준은 정부의 초헌법적 결정이라고 맞받아치고 있고 자가당착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평양선언의 모태(母胎)인 4·27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에 대해 전혀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부 단독으로 평양선언 비준을 강행한 것은 앞뒤가 뒤바뀐 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재정부담이 막대한데도 법제처는 추계조차해보지 않고 재정부담이 없고 안보에 주는 영향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 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運命)'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라며 "(10·4 공동 선언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10·4 선언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했다"며 "그래서 나는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며 남북 군사 합의서가 조약이 아니라고 한 것과 정반대의 얘기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 민주당은 또 야당 시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국가 안보와 1천억 원의 재정(財政)적 영향을 주는 사안임에도 공론화 절차 없이 졸속 추진했다는 이유였다.

그랬던 문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이 사드보다 국가 안보에 더 큰 영향을 주는 '9·19 남북 군사 합의'를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사드 국회 비준 동의' 주장은 지난달 남북이 체결된 군사 합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비준한 군사 합의서엔 해상 완충 수역을 설정해 포 사격 등을 금지하는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조치들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의 이행 때 무기 배치 및 병력 이동 등 재정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군사 합의 체결 전에 국회 등 공론 장에서 제대로 충분히 검토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의 우리 민족 간의 통일의지는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대북 억제력 손상,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사드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했던 논리는 남북 군사 합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사드는 한·미 간 문제고, 남북 군사 합의는 남북의 문제다. 이와 같은 양면적 잣대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속한 결말이 있길 바란다.

평양선언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요구하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담보로 한 후속 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군사합의서 역시 실행을 위해선 재정 부담이 수반되어야 한다. 안보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엔사령부마저 우려를 제기할 정도로 중대한 안보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남북관계가 비핵화 진전과 독립해서 진전될 수 없는 구조다. 이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평양회담 비준이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없길 바란다. 긴밀한 한·미 공조 속에서 진행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