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최근 강력 살인범죄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피씨방에서 손님이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을 찔러 살해한 사건, 부산에서 교제하다가 헤어진 여자와 일가족 4명을 죽인 사건, 헤어진 전 부인을 찾아가 주차장에서 살해한 사건 등등.   위 마지막 사건의 딸은 아버지인 살인범에 대해 사형에 처해 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했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법, 국가보안법 등 모두 20개 법률에서 112개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모두 1,310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였는데,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집행된 이래 더 이상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12월부터는 국제엠네스티 기준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13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전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고, 사형 존치국은 58개국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사형 폐지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되어 왔는데, 모두 자동폐기 되어 왔다. 국민들의 법감정이 아직 이를 받아들일 만한 단계에 이르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2월 25일 결정을 통해, "사형은, 이를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함으로써,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이를 집행함으로써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며, 당해 범죄인 자신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상의 목적을 가진 형벌로써 정당하다"고 하였다.

반대로,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인 생명을 박탈하는 것으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에 반하고, 다른 형벌과 달리 오판에 의해 한번 집행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사형이 위하력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폐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절충형으로, 사형 대상 범죄를 대폭적으로 줄이고, 사형집행유예제도와 절대적 또는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크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법조인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극악무도한 살인범죄에 대해 그에 상응하여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정의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있는 반면에, 국가가 공권력을 빙자하여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오판이나 악용의 가능성도 있고 또 그것은 또 다른 살인이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사형폐지 쪽으로 다소 기울기는 하지만, 사형범죄를 대폭 축소하고, 사형집행유예제도와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같은 절충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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