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구 청주시 오창읍 산단관리과장

 

[한현구 청주시 오창읍 산단관리과장] 근래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에 있으나 수도권만큼은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거래가 또한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종의 양극화 현상으로 보이며 그 연유는 아마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수도권의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차원에서 아파트를 왕창 지을 태세이다. 가능하다면 개발제한구역(greenbelt)의 일부를 해제하면서까지.

일반 서민에게 주거 공간은 무엇이며 공동주택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비록 적은 수의 사람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겨 이를 사고팔아 이득을 남긴다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란한 가족이 모여 살고 싶어 하는 소중하고 아늑한 '꿈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한번 잘 살아보겠다고 지난 70년대 초부터 전국의 수다한 초가지붕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혔다. 그 뒤로 알토란같은 전답, 녹지 등을 줄여가며 주택과 공장을 무수히 지어왔다. 한데 여전히 국민의 상당수는 살 집을 마련하는 게 일생에 커다란 과제의 하나이다. 아예 정부에서 집 없는 가구에게 집 한 채씩 지어주거나 빌려주면 어떨까. 물론 공짜는 아니고 정부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구입하거나 매월 저리로 원리금을 갚는 조건 등을 붙여서 말이다.

그것이 재정 기타 여건상 어렵다면 우선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현 방식부터 기본 상식에 맞도록 개선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채 짓지도 않은 집을 분양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일단 아파트를 제대로 다 짓고 나서 팔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된다면 소음이나 하자 등 여러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정부, 지자체, 기업체, 은행 등 포함) 대다수가 간과하는 일이 있으니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이 가진 수명의 적절성 여부이다.

언제부턴가 통상적으로 30~40년, 길어야 50~60년이라는 현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고로 집이란 고작 1~2세대가 살고 마는 삶의 공간이 아니다(1세대/30년). 시대가 바뀌어 한 집안이 대를 이어 같은 집에서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졌으나 집주인이 바뀌는 것과 별개로 통산 200∼300년은 살 수 있는 든든한 보금자리이어야 마땅하다. 현재와 같이 아파트 내구연한이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 가격이라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야 타당한 것이 아닐까. 높은 가격에 짧은 연한으로 인해 내가 평생 모아 집 한 채 마련하고 자식이 또 그리해야 하고 손주 역시 그러하다면 이는 매우 고달픈 일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일처럼 이상스럽기도 하다.

날뛰는(?) 수도권의 집값을 잡는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기실 그 전망조차 불투명함에도 유통기한·사용기간이 불과 30∼40년인 대량의 주택과 향후 기백 년은 보전해야 할 푸르른 숲, 물 맑은 골짜기와 바꾸려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경기도나 서울시 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거나 이에 버금가는 대단위 택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면 수도·지방간 균형에 대한 고려, 학교나 도로교통을 비롯한 여러 기반 시설의 배치, 장기적인 발전 플랜 등이 담긴 도시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한 후에 비로소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만일 이왕에 세운 방안이라면 지금까지와 달리 수백 년은 족히 갈 수 있는 굉장한 주택가가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지난날 수도권에 여러 차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겪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이참에 정부에서 긴 안목으로 누구나 예측 가능한 주택 관련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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