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어장관리라는 말이 있다. 실제 어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와 같은 인간관계에 사용되는 일종의 은어이다. 젊은 사람들이 연애를 할 때 일부러 목적을 가지고 흔히 말하는 '밀당'을 반복하면서 상대방을 자기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말까지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소위 말하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할 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서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근본에는 '움켜잡기'가 깔려 있다. 무엇이던지 자신의 손에 움켜잡아야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다. 많은 물질을 움켜잡을수록 더 성공에 가깝다. 많은 권력을 움켜잡을수록 더 성공에 가깝다.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나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사람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맺을수록 자신이 더욱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장관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움켜잡으려고만 하니 서로 충돌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처럼 한정되어 있는 무엇인가를 저마다 움켜잡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움켜잡기'는 대부분의 경우 문제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바라는 성공을 위해 '움켜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구약성경 시편을 보면 이와 같은 말씀이 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1-3)

이 말씀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형제의 연합, 즉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고 선한일이라는 것이다. 성경은 누누이 사람의 본질이 사람과 사람의 연합에 있음을 강조한다. 하나님도 아담이 혼자 있을 때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창 2:18)고 말씀하신다.

인간의 인간다움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합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나 홀로 이루는 성공은 참다운 인감 됨과는 거리가 멀다.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할 때 진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씀의 두 번째 핵심은 이와 같은 인간의 연합을 위해서는 '움켜잡기'가 아니라 '흘려보내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북쪽에 있는 헐몬 산은 늦여름 대지가 가무를 때 산 꼭대기에 있던 눈들이 녹으며 그 이슬을 대지로 흘려보내준다. 그 덕분에 대지는 가뭄으로 인한 갈증을 해결하고 푸른 초장을 유지할 수 있다.

'움켜잡기'는 자신을 고립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흘려보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흘려보내기를 통해서 물질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또한 마음을 나눌 때에야 비로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참된 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대부분의 시간은 '움켜잡기'와 '흘려보내기' 중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 지금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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