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똑똑한 사람은 복잡한 일을 간단하게 만들고, 우둔한 사람은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에스파냐로 돌아가자 에스파냐 여왕이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사람들은 신대륙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물었다. 콜럼버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배를 한 방향으로만 계속 몰고 가면 됩니다"라고 했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표정은 '아니 그렇게 간단하게' 였다. 물론 똑똑한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에 항로를 그렇게 선택한 것이지만. 단순한 사물을 복잡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복잡한 사물을 단순화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동차 한 대를 엉망진창으로 해체하는 것은 쉽지만, 고철더미를 자동차로 다시 조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정 또한 마찬가지다. 결정을 단순화해 양자택일의 문제로 만들면 결정 자체는 아주 쉬워진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은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일에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을 낭비하지 마라'고 훈수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물의 본질과 단순성을 잘 포착해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로자베티 칸터는 "경제와 사회를 주도할 향후 중대한 흐름은 '단순화'일 것이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매사에 '더 간단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라 운영도 그리 다르지 않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단순화하면, 효율적인 행정이 이뤄진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통찰하는 안목이 그래서 필요하다.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 이해 안 되는 대목은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다. 세금 등과 관련 깊고 부동산 거래의 기초가 되는 공시지가를 정확하게 매기는 게 정책 시작점 일 텐데, 여전히 차이가 많다. 부동산 거래행위가 실시간으로 공지되는 나라에서 왜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투표제도를 보자. 표를 많이 받는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당연해야 한다. 근데, 지금 선거법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가장 근접했던 지방선거를 보자.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지역 정당 투표에서 50.92%를 얻었다. 그런데 시의회 의석의 92.73%(102석)를 가져갔다. 자유한국당은 25.24%의 표를 얻고, 의석은 불과 5.45%(6석)만 차지했다. 바른미래당은 11.48%의 표를 얻었는데 겨우 0.9%(1석)의 의석이 돌아갔다. 같은 한 표라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표가 바른미래당을 찍은 표보다 23배의 가치를 발휘한 셈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더하다. 소선거제 때문이다. 이런 선거구제를 뒤 엎을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각 정당에서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있다. 그런데 아직도 논의에서 한발도 못 나가고 있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자는 논의는 20년째다. 정부 주요부처는 이미 세종에 자리 잡았다. '세종시=행정수도'명시를 개헌안에 넣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국회도 청와대도 세종에 자리 잡으면, 지방분권 완성본이랄 수 있는 행정수도가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이 간단한 일을 왜 안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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