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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 꿈자람 터 아이들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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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8  15: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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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붉게 물드는 가로수 길을 달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서원말 어귀, 느티나무들이 온통 단풍들어 흩날리고 있다. 학교 앞에서 아저씨가 싸리비로 낙엽을 쓸어 모으고 있다. 여름내 나뭇잎과 햇살이 짓딩굴며 놀고 간 흔적이다. 아저씨의 빗자루질에 의해 수북이 쌓이는 낙엽을 보면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를 떠올린다. 작가 이효석은 타오르는 낙엽더미에서 갓 볶아낸 커피 냄새,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고 했다. 갈퀴를 손에 들고 연기 속에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나는 아직 개암냄새를 모른다. 하지만 그 느낌 그대로가 좋다. 내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아이들과 만나게 되는 수업준비에 빠져든다. 나와 인연이 된 아이들도 개암냄새 같은 느낌을 가져갔으면 싶은 마음으로 교문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서원말, 서원이 있던 마을에 학교가 들어서 있다. 초평초등학교다. 그 옛날 지산서원이 있던 자리에 세운 학교이다. 현재,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강당 이름을 ‘지산관’으로 한 것도 이에 연유한 것이다.

지산서원은 조선시대 영의정을 8번이나 한 정치가요, 학자인 최석정이 낙향하여 ‘태극정’을 세우고 교육하던 터이다. 최석정 사후 그 제자들이 스승의 학문과 덕행을 기려 제향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은 초평초등학교란 이름으로 학문의 맥을 잇고 있다. 초평초등학교는 1923년에 건립하여 95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미 교육의 기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수백 년 전부터인 셈이다. 거목이고 신목이 되었어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창의인, 자주인, 문화인, 세계인을 교육 목표로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꿈을 빚는 꿈 자람터로 운영하겠다는 야무진 방침을 갖고 있다. 이는 최석정이 추구한 학문세계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가 2013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제정하는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선정된 것만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일이다.

최석정((1646~1715)은 그저 단순한 조선시대 문인이 아니다. 그 시대 그의 학문적 깊이는 수학과 과학의 원리가 작용한 현대의 실용성이 적용되었다. 당시 학문적인 탐구를 강조한 주자의 성리학과는 달리 그는 구체적인 실천에 중점을 둔 양명학을 추구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기반에서 과학, 기술, 수학 연구하며 지행합일을 실천한 학자이다.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고, ‘명곡집’ 과 ‘경세정운도설’ ‘구수략’을 저술했다. ‘구수략’이란 체계화된 수학교재로, 그가 고안한 9차 마방진이 기술되어 있다. 이는 세계적인 수학자 스위스의 오슬러보다 67년이나 앞선 것이다.

현재 그의 초상화는 보물 1963호로 지정 받아 청주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초평초등학교에 교육의 씨앗을 심은 최석정의 초상화를 보며 쌍학흉배를 만들어 본다. 여러 무늬들을 꼼꼼하게 색칠하며 흉배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가슴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알곡을 여물리기 위해 온신을 다하는 가을 햇살이 운동장 가득 쏟아져 내린다. 지산의 아이들이 발그레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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