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 때 충북은 당시 청원군 부용면을 조건 없이 넘겨줬다. 요즘 들어 부쩍 후회가 막급하다. 충북 면적을 줄여서가 아니다. 블랙홀 현상은 청주에 빨대를 꽂아 인구감소로 짜증나더니, 면 소재지의 간이역 수준이었던 오송역을 연간 이용객 500만명에 전국 46개 KTX(한국고속철도)역 중 국내 유일의 분기역으로 어렵사리 성장시킨 충북도민 자존감까지 갈기갈기 찢고 있다. 역 유치에 밤낮없이 열정을 쏟았던 150만 충북도민들, 세종역 신설 불똥에 질식 상태다. 이웃사촌 갑질 맞다. 한국철도공단 예비타당성조사결과 비용대비 편익(B/C) 0.59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집권당 대표가 앞장서 볼썽사나운 재 점화의 어깃장을 놓고 있다. ‘완행’과 ‘급행’보다 훨씬 빠른 ‘고속’이란 근간마저 뒤엎는 변칙에 분노가 치민다. 여기엔 그럴싸한 예외가 먹힐 수 없다. 차라리 비들기호 급이라면 모르겠으나 고속 출발 후 20여㎞ 지점에서의 정차야 말로 안전과 경제 셈법조차 도저히 이해 불가다.

지난 달 23, 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세종시·충청북도 국감 역시 핵심 쟁점이었다. 찬반으로 삐걱거리다 도지사와 시장에게 지역 간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을 주문한 채 끝났다. 한편으론 “서울과 호남의 교통 시간 단축, 세종시 활성화, 호남 경제발전”에 무게를 실은 호남지역 국회의원들 가세가 심상치 않다. 이런저런 대안을 들고 나와 연일 뉴스를 탄다. 그러나 ‘반대 모임 어쩌구 저쩌구’하더니 엉거주춤한 충북지역 국회의원, 분통터지는 도민 저항에 맞장구가 약한 것도 문제다. 1년여 뒤 총선의 공천장을 의식해서일까.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닭 쫒던 개’ 꼴 돼선 안 된다. 머뭇거리다간 까무러칠 일 생긴다.

세종(조치원읍)에서 40여년 넘게 살고 계신 형님들조차 손사래를 치신다. “뭔 얘기여, 여기서 몇 발짝이나 된다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이웃사촌 간 관계만 서먹서먹해지는데, 또 장난질이야…” 아예 오송역을 배제하여 외곽 선택 꼼수로 분장을 했다, 그렇다면 시내 진입 시간은 오송역과 맞먹는 걸 왜 어마어마한 혈세까지 쏟아 부으며 상생의 끈을 잘라버리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스스로의 모자람을 덮고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충북도민 상처를 즐기면서 득표를 계산하는 이중적 쇼일까? 몽매(蒙昧)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중구난방, 또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불신과 의혹만 불어난다. 정치적 빅딜에 실려 초라하게 만들 관측도 많다. 그래서 답답하다.

오송을 KTX 주전역으로 굳히기 위한 ‘사즉 생(死卽 生)’의 투쟁, 답이 나왔다. 정황으로 보아 충북은 따로 국밥이다. 도민감정, 기댈 곳조차 잃었다. ‘강호축 개발’얘기 지금은 보류할 때다. 우리 도 항변에 강호축을 엮어 얼버무리려는 속셈, 너무 서운하다. 충청권 공동발전·상호 협력이란 미명 아래 결성된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도 빠져라. 어떻든 더 이상 도민을 울화통 터지게 하지 말라. 최악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백지화 외에는 탈출구가 없다. 결연한 충북인의 몸짓 돌입 전,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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