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데도 정부만 무사태평이다. 오히려 “세계가 놀랄만큼 잘 나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이 안 서고, 그래서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쪽에서 보든 황당한 지경이다. 경제의 가장 분명한 시그널은 실적이다. 거의 마무리 돼 가고 있는 주요 상장기업들의 올 3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연초부터 잇달아 하향조정한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한 저조한 수준이다. 상장사 10곳 중 6곳이 시장 기대치에 미달했고, 기대치에 10% 이상 미달한 ‘어닝쇼크’수준도 3곳 중 1곳이나 된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전년대비 76%가 깎였고 시장 기대치(9251억원)에 68.8%나 미달해 충격을 줬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하향조정했다. 이로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전체에 위기감이 몰아치고 있다. 유한양행, LG하우시스, 풍산, 아모레, 포스코ICT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기대치에 크게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주식시장이 지수 2000선이 뚤리는 폭락을 기록하며 요동친 배경에는 이와 같은 기업들의 분기실적 부진과 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깔려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 코리아 추세로 돌아선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다. OECD가 지난 주에 발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간 99.2를 기록했다. 17개월째 전월 대비 하락세행진이며, 특히 지난 4월부터는 100을 밑돌아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국내외 여러 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도 잇달아 하향 수정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2.9% 성장을 예측했으나 2.7%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는 3%에서 2.8%로, OECD는 3.0%에서 2.7%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KDI는 6일 발표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 하반기보다 더 내렸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예상치 3.5%를 크게 미달한  -1.8%로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투자 증가는  -0.2%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3.6%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밖에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소비자물가 상승, 취업자수 증가치 축소, 실업자 증가, 최저임금 폭등, 자영업자 휴폐업 급증, 부동산 거래량 급감 등 부정적 요인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대출 증가, 강성노조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이다. 특히 미중 경제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면서 대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경제가 직격탄을 맞게될 우려가 높다.

대부분의 경제 관련 지표가 위기 경고등을 켠 상태이고, 경제 위기 빨간등은 차고 넘친다. 더우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이탈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연일 “펀더멘털이 괜찮다”며 ‘분식’에 여념이 없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직전에도 경제관료들은 똑 같은 소리를 했지만, IMF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경제팀을 쇄신하고, 시급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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