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지음·한문화

[충청일보 김병한 기자]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크고 높았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면서 교육 개혁은 더욱 절박한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학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교육 제도 개편을 이루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처럼 답답한 교육 현실을 깨고 201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교 완전자유학년제로 문을 연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고 할 만큼 혁신적인 교육과정으로 대안학교와 공교육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어서 ‘5무 학교’로 불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지난 5년 간 쌓아올린 성장 스토리이자 희망 보고서이다. 벤자민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각양각색이다. 성적은 줄곧 전교 1등이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쉬는 우등생부터 좌충우돌하다 보호관찰 대상이 된 학생까지, 저마다의 문제와 어려움을 안고 학교 문을 두드린다. 책에는 이들이 주입식 지식 교육의 틀을 깨고 창의성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인성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이야기, 부모와 교사가 더 이상 아이들의 학습 매니저가 아닌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진솔하고 친근하게 펼쳐진다.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과정은 저자가 개발한 뇌교육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교육 트렌드인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코칭’, 전문 멘토단의 ‘멘토링’을 결합한 것으로 전적으로 학생이 주체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1년을 계획하고, 도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성영재가 미래 인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뇌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학교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설립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교육에 대한 비판과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이 시대의 학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또한 그 본보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상히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하는 물음을 품게 한다. 무엇보다 일선에 있는 교육 관계자들이 이 물음에 스스로 답하면서 교육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꾸고, 인식의 전환이 확산되어 우리나라 교육의 새 틀을 짜는 힘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뇌교육은 현재 세계 10여 개국에 보급되어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26개 도시에서 뇌교육의 공적 성과를 기리기 위해 ‘뇌교육의 날’을 지정했고, 오랜 내전의 고통을 겪은 엘살바도르는 뇌교육을 자국의 모든 학교에 도입하기로 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뇌교육이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와 지역 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감사하며, 저자에게 지난 9월 국가 최고상인 ‘호세 시메온 까냐스’ 상을 수여했다. 268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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