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며칠 전 국회에 내년 정부예산이 470조원으로 편성되어 제출되었다. 여야가 모두 예산편성에 몰두하여 내년 나라살림을 연내로 확정지어야 한다. 벌써부터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삭감과 고수를 위해 벼르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우선 예산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200여 조원 하던 예산이 400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해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청을 하긴 하지만 금년도 예산확정이 순조롭지 않을 전망임은 누구나 예견하는 일이며, 각 관공서나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이다.

이러한 분주함은 정부 못지않게 각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앞으로 40여일이 지나면 연말연시가 다가오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오스트리아의 한 초등학교에 ‘엘자’라는 교사에게 글을 잘 쓰는 학생이 눈에 띄게 되는데 그가 바로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이다. 피터 드러커는 초등학교시절 엘자 선생님을 통해 피드백(feed back)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엘자 선생님은 두 권의 노트를 통해, 제자 피터 드러커와 끊임없이 피드백을 진행했다. 한 권의 노트를 통해 피터 드러커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성과를 제출하면, 엘자 선생님이 다른 노트를 통해 피터 드러커의 보고에 대한 감상과 그에 따른 선생님의 기대사항을 적어 돌려주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피드백을 통해 피터 드러커는 훗날 피드백 분석이라는 훌륭한 이론을 발표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며 자신의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업적중 목표달성이론(MBO)에 의하면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은 지적능력이나 창조성과 다른 영역으로 하나의 ‘습관’이라고 한다. 올바른 습관집합이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한다면 타고난 재능과 상관없이 ‘올바른 습관’을 실천하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필연적으로 자기계발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일본항공(JAL)이 파산직전에 정부로 부터 요청받아 구원투수로 등장한 세계 세라믹계의 선두주자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맡아 먼저 한 일도, 항공사의 전 직원들의 정신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습관형성을 위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종이컵대신 머그컵을, 항공정비에 쓰는 기름 묻은 장갑을 다시 빨아 쓰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최단 시일 내에 파산직전에서 기적적으로 회생시킨 일도 올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점점 기울어가는 한 해의 석양을 바라보며 초조하고 긴장만 하며 보낼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수첩을 꺼내 지난날들에 대한 철저한 피드백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아무리 힘든 고난도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추억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계획이나 다짐에 앞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점검과 함께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성찰해 보며 올바른 습관 형성을 위해 옷깃을 여미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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