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교수

[심완보 충청대교수]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정신 노동력 대체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 활동과 같은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로까지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한 예로 인공지능 기술은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하면서 시인으로도 데뷔했다. 이는 1920년 이후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스스로 학습해 1만여 편의 시를 집필해 이 중 일부를 시집으로 편찬한 것이라고 한다. 글을 쓰는 작문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적용된 부문은 로봇기자로서 신문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인공지능이 제작하는 것이다. 

빠른 정보전달이 강조되는 스포츠 시합 결과나 증시 관련 뉴스 작성에서는 인공지능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013년 3월에는 일본의 한 신문사가 개최한 문학상 공모전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한 일도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총 1400여 편의 응모작 중 11편은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었는데 심사위원들은 공모작 가운데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평가했다는 것이다. 공모 2차 심사에서는 탈락했지만 100점 만점에 60점을 받으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문학뿐만이 아니고 미술과 음악에 이르는 예술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로잉봇’으로 표현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표했다. 드로잉봇은 ‘하얀 몸에 빨간색 날개를 가진 짧은 부리새’처럼 복잡한 텍스트로도 정교한 이미지를 생성 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인 Google 역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화풍을 학습한 인공지능 시스템 ‘Deep Dream’을 공개 했다. Deep Dream은 주어진 이미지를 인식하고 재해석하여 고흐의 화풍을 적용해 추상화를 그려주는 것이다. Deep Dream이 그린 작품을 지난 2016년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는데, 총 29점의 작품이 9만7천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고 한다. 미술과 더불어 또 다른 예술 영역인 음악 부문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개발한 ‘쿨리타’ 프로그램은 바흐의 모든 곡을 분석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바흐 스타일의 새로운 음악을 몇 초 만에 작곡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00명 이상이 쿨리타의 곡이 인간의 작품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완성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인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시도할 수 있으며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일반인들의 미술이나 음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불러 일으켜 일반 애호가들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의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각 분야에 적극 활용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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