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그저 책이 좋아 읽었다. 중학교 때 읽은 책 제목을 우연히 일기장에 적다가 읽은 책의 분량이 많아져 별도의 독서노트를 만들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독서 노트에 한 권 한 권 늘어나는 재미로 더 많은 책을 읽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달라 쉽게 써지지 않았다. 평생교육원도 기웃거려보고, 수필가에게도 배워보았지만 역시 어려웠다.

2014년 ‘책 천 권 읽은 공무원’으로 소개가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방 일간지에서 한 달에 한편씩 기고문을 써 달라는 요청이 왔다.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이 기회가 아니면 영영 못 쓸 것 같은 두려움에 덜컥 수락을 했다. 망설여졌지만 수락할 수 있었던 것은 시인 친구의 격려가 한 몫을 했다. 그 친구의 말처럼 배워가며 하면 되겠지 하는 믿음이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매달 기고한 글이 쌓이다보니 꽤 많은 분량이 되었다. 옛말에‘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잖은가.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야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들었다. 하여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출판공모에 원고를 제출하여 선정되었다.

나만의 책을 만든다는 게 설레기도 하지만 쉽지 않았다. 유난히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산고의 고통 끝에 드디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이 나오던 날, 첫 책을 시어머님께 드렸다. 어떻게 책을 다 써냈냐며 책표지의 필자이름을 보고 또 보신다. 받은 날부터 읽기 시작하신 어머니는 매일 가시던 경로당도 안가시고 목이 아프도록 읽으셨단다. 연세가 내일모레면 구십이신 어머니가 감동과 눈물로 잘 읽었다고 하셨다. 당신과 손자,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 더 많이 공감하셨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께 “엄니, 제가 시집온 뒤 엄니가 읽은 첫 책 같은데요.” 했더니 그렇단다. 침침한 눈에 돋보기를 쓰고 눈과 목이 아프도록 읽으신 어머니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고도 감사했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도 한 권을 드렸더니 좋아하시며 교인들에게 광고까지 하셔서 본의 아니게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 중 한 장로님이 간곡히 부탁을 하여 한 권을 드렸더니 며칠 후 책을 너무 감동 깊게 읽었다며 세권만 더 달라고 하신다. 자식들에게 한권씩 나눠주고 읽게 하시겠단다. 가까운 지인들만 나눠주려고 부수도 적게 출간해 난감했지만 너무 송구스러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예배에 3권을 갖다드렸더니 갑자기 봉투를 내미신다. 받지 않으려고 실랑이 하다가 받아들고 집에 와서 봉투를 펼쳐보니 “ 존경하는 우리 권사님! 진심으로 감사 합니다.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 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팔십이 넘으신 장로님의 글씨를 바라보며 밀려오는 감동으로 한동안 가슴이 뻐근했다. 이후에도 감동과 공감으로 잘 읽었다는 친구의 메시지와 선배님들의 격려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40여년의 공직을 마치며 나를 위한 퇴직 선물로 출간한 나만의 책 한 권이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하고 또 행복한 가을로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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