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지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9월 전체회의를 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각 지역 체육회장을 군수나 시장, 도지사, 광역시장이 해왔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대한체육회장은 대통령이 해야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아마도 이 말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단체장을 겸임하면서 선거 기간 체육 조직을 선거 조직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일부 체육계 인사들은 지방선거때마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해 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체육회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얻기 위해 유력한 자치단체장 후보 캠프에서 중직을 맡아 선거 운동을 벌인 일도 많다.그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장을 체육회장으로 두면 안된다는 논리는 언뜻 보면 일리있어 보인다.

하지만 국회에서 굳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점은 석연찮은 면이 있어 보인다. 체육계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체육계에서는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대상인 단체장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체육계가 또하나 문제삼는 점은 가뜩이나 힘든 체육회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 체육계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으면서 각 지자체마다 체육회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배정하고 있는데, 민간에서 이를 맡게 된다면 큰 일이라는 것이다.

전국 지역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엘리트 체육의 쇠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엘리트 체육인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훌륭한 선수를 발굴·육성할 수 있는 토대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엘리트 체육인들은 세계 선수권대회, 올림픽 대회 등에서의 성적이 곧 국가를 홍보하고 위상을 높이며,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예산 지원을 하지 못해 각 지역 체육계가 늘 고민에 빠져있는 상태다.이러한 실정은 '나몰라라'하고 단지 정치 논리로만 법을 개정하려는 행동은 전국 체육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뿐이다.


민간에서 체육단체장을 맡은 이후 체육계를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루트를 찾기란 만만치 않다.단체장이 나서 기업에 부탁하고, 지방의회에 호소하며 예산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지역 체육의 현실을 얼마만큼 파악을 했는지 묻고 싶다. 지역 체육이 힘을 잃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국 체육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러한 국민들의 바람을 충분히 알아본 후 결정해야 한다. 만일 법사위를 통과하게 된다면 본회의에서 다수 국회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법이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권력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된다. 국회는 국민들, 특히 체육인들이 바라는 것인 지를 살펴보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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