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기성세대가 관심을 갖는 두 단어는 부동산과 교육이다. 이 둘은 미래의 돈벌이와 관련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입 실패는 미래의 사회적 약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두려움이 학생들의 미래를 망친다. 그 예가 숙명여고 사태이다. 자식을 전교 1,2등으로 만들기 위해 답지를 빼돌리고 외우게 한 교사의 범죄가 드러나, 그 학생들의 미래는 참담해졌다. 만약 걸리지 않았더라도 편법과 부정을 배운 그 학생들은 언젠가 험한 꼴을 당할 것이니 미리 경험한 것이 더 낫다고 해야 할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우리나라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좋은 정책을 쏟아내도 청년들이 자녀 낳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주고 성년이 될 때까지 돈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여성의 몸을 출산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혐오 때문에 오히려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문화가 만들어 졌다.

결국 모든 것을 돈 때문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인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안 낳는 것이다"라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젊은이들이 행복하고 잘산다면 왜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이고,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수십조 원을 쏟아 붓겠는가?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현재의 삶을 미래의 행복에 대한 희생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항상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중고등학교는 입시기관으로, 대학교는 취업기관으로 전락하면서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줄 모르는 시든 꽃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교육열이 세계 최고인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 중 몇몇은 별을 볼 줄 안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우리가 지금 시궁창에 있다는 것을 떠들어도 미래는 없다. 하지만 별빛을 바라볼 눈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이제 교육도 문화로 꽃피워야 한다. 문화는 먹고 살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내적 성숙으로 만들어지는 지적 체험의 세상이다. 제대로 공부하는 것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교육문화를 만들자. 특히 오늘날 강조하는 인성교육, 진로교육은 그것이 얼마나 좋은 직업과 돈벌이로 연결되느냐가 아닌,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융합교육전공자 중에는 교육사업을 하는 분이 많다. 그들은 학교에서 놓친 미래를 위해 교육문화를 창출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진다. 그 중 학습부진아 교육을 하는 분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래요. 과외를 해도 이보다 돈을 잘 벌 수 있는데 왜 고생하느냐고. 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어요. 이 사업을 해도 굶지는 않고, 또 이 사업은 미래가 있잖아요." 지금까지 젊은이들에게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안내했다면, 이제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교육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이야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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