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는 건 옛말이 됐다. 미세먼지가 깔린 뿌연 하늘에 가을을 만끽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온 국민이 미세먼지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올 겨울은 어떻게 날지 걱정과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준비하는게 일상이 됐다.

계절 불문하고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지상최대의 고민이다.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일반 마스크 값도 장난 아니게 됐다. 생활의 소비항목이 늘어난 셈이다. 마스크 값을 내려주던가, 개인이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 정부 대책이 아쉬운 겨울나기에 신경을 써야 할 판이 됐다. 중국발 미세먼지 탓(?)도 문제고 국내의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배출, 화력발전소 등도 요인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다루어질 문제이지 국민들은 당장 피해를 막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2년 전 환경부는 고등어와 삼겹살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발표한 일이 있다. 고등어와 삼겹살 말고, 이제는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2월부터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모든 차량에 대해 강제로 2부제 운행을 실시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를 달성하기로도 계획했다. 저공해 경유차에 주차료·혼잡통행료 감면을 해주는 '클린디젤' 정책도 폐기하기로 했다. 정부가 나름대로 고심 끝에 방안을 내놨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사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경유차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가격 조정방안이 대책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 부처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에 들어가지 못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어린아이가 아파도 미세먼지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부모도 있다. 한 시민은 "숨을 쉴 수가 없고, 눈을 뜰 수가 없다"면서 "당장에라도 이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미세먼지(초미세 먼지 포함)가 뇌졸중, 심장병, 폐암, 당뇨병, 치매, 우울증, 결막염을 일으키고 태아와 소아의 성장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만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2015년 기준)’는 연구결과 등이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미세먼지 대책을 단계적으로 내놓기보다는 과감하고 종합적인 정책을 제시해서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마스크 착용과 같이 나 자신의 건강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은 일상화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 단계의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시민행동이나 사회적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가 하루 이틀 정도의 불편만 감수하면 심각한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미세먼지를 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부터 시작할 때이다. 이제는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단편적 처방만으로 미세먼지 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갇힌 대한민국을 보자니 미래가 암담하다. 깨끗한 하늘을 다음 세대에게는 물려줘야 한다. 체계적이고 대담한 정책이 나와야 국민이 맑은 공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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