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주었다. 집어보니 안에는 신분증도 카드도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현금만 몇 만 원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이와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지갑은 버리고 현금만 챙길 것이다. 지갑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현금도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니까 크게 고민할 것도 없다. 어차피 경찰서에 가져다준다 해도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인이 없거나 당장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물건에 대해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행동을 주인행세라고 한다. 주은 돈을 내 지갑에 넣어서 내 돈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다. 그 돈은 주인을 잃어버린 돈일뿐이다. 어떤 부자가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몰고 호텔로 갔다. 호텔 입구에서 주차 요원이 발레파킹을 위해서 차를 인도받았다. 그런데 차 주인이 호텔로비로 들어가는 순간 이 요원은 잠깐이나마 고급 승용차의 멋을 만끽하고 싶은 욕심에 차를 끌고 시내로 나가버렸다.

이 주차 요원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명백히 주인이 있는 물건을 마치 자신의 것 인양 행동했으니 분명 주인행세를 한 경우라 볼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혹은 그 차의 진짜 주인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비난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 법적인 처벌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이처럼 주인행세는 그 자체로 죄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른 채 행하는 주인행세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인 행세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주권은 그에 합당한 권리가 있을 때에만 주어진다. 내가 소유한 물건들 대부분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여러 법적 권리는 세금이나 어떤 공적 테스트를 통과함으로써 그에 합당한 조건들을 이루어 얻게 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과 육신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내 자신의 생각과 정신과 육체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겪었는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마치 길을 걷다가 떨어진 지갑을 주은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뿐이다. 내 노력으로 받은 권리는 마음껏 누릴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들이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바로 그렇다. 그들이 누리는 권리는 부여받은 권리이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또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혹은 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다 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은 생명이며 삶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내가 반드시 해야 할 것과 반드시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신중히 고민하며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가 오히려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누리는 것보다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인생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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