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최근 일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가게를 하기 위해 결재시스템을 문의했다. 마침 같은 빌딩에 전문업체가 있고 그 사장이 계셔서 시스템 시연까지 했다. 사장 왈 "결재시스템은 제가 개발하긴 했지만,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라서 좀 가슴이 아파요. 특히 이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알바생 포함)이 사회적으로 약한 계층인데.."  가게에서 주문, 계산을 하게되는 키오스크나 포스는 과거에 없던 기계들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기계다.

기계들이 인력을 대처하면서 사람들 일자리는 점차 없어진다. 결재시스템 사장 말이 이어진다. "제가 이걸 안 말들어도 누군가는 만들거고요, 저도 직원들 월급줘야 하니 이 사업을 그만둘때까지는 기계를 만들어야지요" 누군가의 일자리를 없애는 기계를 자신의 회사 직원들 일자리를 위해 만들고 있다니!!

회사가 있는 건물 지하에는 70여개의 식당가가 있다. 커피숍도 여러군데가 있는데, 키오스크를 쓰는 가게가 늘고 있다. 한군데 들러서 사장에게 문의했다. "이 기계를 쓰면 매출에 영향이 좀 있나요. 손님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나요. 실제로 인건비가 절약되나요", 커피숍 여자 사장은 "매출은 비슷한데, 인건비는 확실하게 절약돼요. 알바생들 쓰는 비용 정도로 키오스크 설치했는데, 설치하고 몇 달 지나면 기계 값은 빠지는 것 같아요. 손님들도 처음에는 불편해 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사용하시고 계시고요"

회사에서 키오스크라는 결재기계를 도입하면서 갑자기 '러다이트 운동'이 떠올랐다. '러다이트 운동'(1811~1817년)은 산업혁명시기에 있었던 기계파괴운동. 산업 혁명으로 인하여 기계가 우위를 점하자 경쟁에서 패배한 수공업자들은 몰락했다. 그들은 기계야말로 빈곤의 원인으로 파악하여 기계를 파괴했다. 이런 폭력적인 운동이 7년이나 계속됐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수공업자들의 절박함은 컸을 것이다.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기계화가 가속되면서 수공업자들은 공장 노동자가 됐고, 이들은 기계를 부수는 대신에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실업자에서 대규모 공장 노동자가가 된 이들은 기계가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기계로 대표되는 기술발전을 통해 더 많은 노동생산성이 나온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은 깨닫게 된 것이다. 노조를 강하게 만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자동화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순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키오스크 같은 기계를 부술 수는 없다. 오히려 러다이트 운동 같은 과거 경험을 살려서 보다 더 고도화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사람일자리'가 필요하다. 기계가 대처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 때 사람일자리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한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약자로 생각하고, 청년들을 '일자리 약자'라고 생각한다면, 현장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현장을 놓치면, 변화와 역동성을 놓치게 되고,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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