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아이는 미래다." 이것은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다. 최근 극으로 치닫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보면서 진정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사태가 발생할 전조 증상들은 이미 차고 넘쳤다. 무너져 가는 유치원 건물, 유치원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 교사의 제보로 드러난 부실 급식 문제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 모두가 공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급기야 사립유치원들의 선을 넘은 비리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립유치원은 사유 재산이므로 운영자는 당연히 이득을 창출해야 하고, 정당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일이 터지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용서 받기 힘들다. 비리 폭로 이후 정부와 국가의 보조를 받는 사립유치원들 간에 기 싸움이 팽팽하다. 이로 인해 가장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당연히 학부모들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더욱 애를 끓인다.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염려 때문에 유치원의 갑질에 학부모들은 비굴해지기까지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마련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처음에는 여야 모두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 여겼는데 현재는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쪽으로 상황이 급선회하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킬 국회위원들이 이 문제에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지는 척도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철학을 보여 준 초심과는 달리 눈앞의 표심에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떤 경우에도 아이는 볼모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이 사태의 원만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누가 국가를 믿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출산율 1명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저출산 문제의 기저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깔려 있다. 혹자는 젊은 부모들의 이기적 사고방식이 그 주된 원인이라 말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의 양육과 교육 문제, 먹거리에 대한 불신 때문에 출산이 꺼려진다고 항변한다.

정치인들에게 적어도 교육에 관해서만은 당리당략보다는 나라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대승적 사고가 요구된다. 근시안적 접근은 국가의 미래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이들을 위한 법안조차 정쟁화 시켜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걸음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은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사립유치원들이 한 치씩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 원만한 해결점을 찾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래야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를 교육기관에 맡길 수 있고, 거기에서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가 행복해야 국가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그 누구도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원하는 부모의 간절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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