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대북 교류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룰 ‘워킹그룹’첫 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한국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동으로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워킹그룹 회의를 정례화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北비핵화를 비롯해 대북제재, 남북협력 추진 등 북한과 관련한 사안들을 논의하는 조율하는데 있어서 이 회의가 공식적인 교섭 창구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 회의가 끝난 후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남북협력 등 북핵 및 북한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워킹그룹을 설치하게 된 계기와 역할에 비춰보면 첫 회의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둥 이날 논의했다고 발표한 내용들이 상당히 생뚱 맞게 들린다. 워킹그룹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국무회의에서 심의통과시키고 비준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해 한국의 주요 관료와 정치인들을 두루 면담하고, 특히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서 합의함으로써 설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열린 3차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의 동·서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 등 대북 인프라 건설 지원과 DMZ 내 GP철거, 비행금지구역설정, NLL 평화수역화 등을 추진한데 대해 한국전쟁 당사자이며 동맹국인 미국은 여러 루트로 불만을 표명해왔다. 이러한 대북지원 과속에 데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만이 워킹그룹 설치 요구로 표면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기구다. 그러나 전세계를 상대로 촘촘한 대북제재 포위망을 구축해온 미국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급속한 대북교류 확대가 자칫 애써 만들어놓은 대북 압박 시스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워킹그룹 설치를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외교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배치해 놓고 강력한 제재와 압박, 외교 노력을 동시에 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민족 내부의 문제임을 내세워 대북지원론을 펴온 한국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의 기본입장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북한이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라는 것이다. 비핵화 실천 이전에 결코 대북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 갱도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은 진정한 비핵화 의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올해 안에 열릴 것으로 낙관했던 미북 2차 정상회담도 물건너 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워킹그룹 회의가 열린 당일에도 북한에 685만달러 어치의 러시아산 석유를 북한에 중계한 남아공 국적 무역업자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조치는 한국 정부에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워킹그룹 회의 시작 직전 미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남북간 교류에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해달라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초미의 목표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요구에 성실히 협조하는게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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