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숨 가쁘게 달려와 어느새 연말이 코앞에 와있다. 매해 연말이면 한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맞을 준비에 모두가 분주하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연말 안에 처리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바라보는 국민들이 더 걱정인 것 같다. 아직 남아 있는 며칠이 있기는 하지만 금년 한해의 탑 뉴스를 꼽는다면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정상회담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금년 안에 북측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되어 있어 기대반 걱정반인 우리네의 큰 관심사이다.

‘행백리자반어구십(行百里者半於九十)’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전국책> 진책에 있는 말이다. 길을 감에는 처음 90리와 나머지 10리가 맞먹는다는 말인데, 무슨 일이나 처음은 쉽고 끝맺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금년 한해 365일의 90정도(%)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오늘(11월 26일)이 그쯤인 것 같다. 글자 그대로 적용하면 지난 11개월과 나머지 1달이 맞먹는다는 비유가 될 것이다. 국제정세나 우리나라 현실에 비유할 때 맞는 말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1달여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을 주변정세를 감안하여 어느 때 보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니 말이다.

야구경기에는 마무리투수(클로저)가 있다. 선발투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마무리투수는 8회나 9회에 마운드에 올라온다. 아주 위력적인 투구로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 타자의 약점이나 습관을 잘 파악하고 배짱도 두둑해야 한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한 결정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네 인생사에도 가끔은 이런 마무리투수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야구와 달리 투수를 교체할 수도 없고 교체해서도 안된다. 다만 그러한 정신으로 현재의 투수가 잘 마무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각자마다 한해를 마무리를 할 때가 다가왔다. 우선 열심히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해 감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위기를 만나 절망중에 있을 때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때론 후회와 아쉬움도 있었지만 마무리투수의 심정으로 잘 정리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건강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수 있음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주변 지인이 대장암에 걸린 것 같은데 도와 달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나중에 실토하는 지인은 바로 본인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병원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경험을 아는 친구로서는 절박한 심정이 되어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 본 바로는 건강검진을 받기는 했지만 귀찮고 번거로워 대장암 검진은 피해왔던 것이다. 사망의 최대요인인 암을 극복하는 비결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하여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병원마다 사람이 몰려 자칫 해를 넘길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온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남은 기간을 소중한 기간이 되도록 정성을 기울이면서, 세상에 소금처럼 녹아져 연말에 마음까지 얼어붙은 이웃이 있는지, 저들을 아끼고 돌보는 행복을 느끼며 잘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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