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고민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상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시중에서는 인상불가피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0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문제는 실물경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과 타이밍이다. 대내외적인 경제흐름이 심상치 않는 기류를 타고 국내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음에도 수 차례나 장고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도 이미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됐다. 지난 6일 한은이 공개한 10월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에서조차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참석 위원 6명 중 4명의 위원이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올해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했고, 2018년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범위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 또한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더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보는 분야는 가계다.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바로 가계 이자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해도 대출이자 부담은 2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25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가계대출 금리에 따르면 10월에 취급된 주요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전달에 비해 모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KEB하나은행의 대출 금리가 전달보다 0.09%포인트 오른 3.40%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그나마 SC제일은행은 한 달 사이 0.08%포인트 올랐으나 평균 대출금리 자체는 3.36%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KB국민은행은 3.44%, 신한은행은 3.47%로 전월 대비로 각각 0.05%포인트, 0.03%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한국시티은행도 각각 0.01%포인트 0.02%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가계의 채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대비 고위험가구가 3.1%에서 3.5%로 0.4%포인트 올라간다.

2%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 비중이 4.2%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 빚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낸 데 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한다며 각종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옥죄기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타이밍을 놓친 금리, 거기에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이 겹치면서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시중의 눈치를 보기 전에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늘 그래왔지만 사후약방은 더 이상 중병을 치료하기 힘들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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