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말보로(Marlboro)라는 이름에 얽힌 로맨틱 루머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은 마케팅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tic Over.(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는 내용이다. 스토리텔링의 스토리(story)는 역사, 문화, 자연, 자원 등의 우수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마케팅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대전 유성(儒城)의 관광산업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래 10대 먹거리를 위한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MICE산업을 꼽고 있고,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국에 15개의 크고 작은 컨벤션센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MICE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3대 전제조건이 숙박, 교통, 쇼핑이다. 그러나 대전은 유성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배후 숙박시설을 함께 공중분해 시킴으로서 대전의 MICE산업이 한 단계 스텝 업 할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킬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전 MICE산업의 빅 픽처를 그리는 대전시는 2008년 대전컨벤션센터(이하 DCC)를 개관했지만 전국적으로도 그 규모가 매우 작아서 2021년 지금의 무역전시관을 헐고 대전국제전시컨벤션센터(DICC)를 건립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컨벤션센터와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배후 편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불투명하다. DCC 주변에는 특급호텔 하나 없고, 4성급호텔(304실)과 2성급호텔(90실)이 전부이고 반경을 넓히면 비즈니스호텔과 레지던스호텔, 그리고 유성까지 확대시켜야 숙소를 해결할 수 있다.

교통 또한 매우 열악하다. 인천공항까지 연결하던 ktx가 중단되었고, 막상 대전역으로 온 고객들도 DCC까지 오려면 지하철(정부청사역)과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국제회의를 위한 컨벤션센터는 전문회의를 위한 대회의실(수용규모 2000명 이상) 중∙소회의실(30명 이상, 10실 이상), 준회의시설 등의 일정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대회의실 수용객 2천명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열리게 되면 절반이 숙박을 한다고 가정해도 현재의 DCC주변 숙박시설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교통의 중심, 관광특구 유성온천이라는 대전의 위상이 35년 역사를 지닌 홍인호텔을 시작으로 대전 유일의 특급호텔이었던 리베라호텔 마저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드리아호텔마저 철거를 한다는 소문이다. 이 이상 유성의 숙박업이 무너지면 애써서 대전이 키우고자 하는 MICE산업도 빛을 잃을 우려가 있다.

2021년 사이언스콤플렉스가 완공되면 MICE산업을 위한 쇼핑과 편의시설은 확보가 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숙박시설을 메우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전시가 MICE산업을 통한 컨벤션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성의 아드리아호텔을 비롯한 역사성 있는 숙박시설을 매입하여 DCC에 위탁운영을 맡기는 등의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반성장이라는 프레임은 시장경제에 일정부분 정부의 간섭(세금투입)을 통해 일자리와 사회경제를 컨트롤함으로서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자는 철학이 담겨있다.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한 해 1천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했던 유성온천의 쇠락을 더 이상 방치하기 보다는, 미래성장동력산업이라는 MICE산업과 연계함으로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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