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경기는 하강하는데 쌀값은 폭등하고 있다. 서민들의 목소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인상이 피부에 와 닿는다. 소득이 올라 봐도 물가가 뛰면 명목소득은 오르나 마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종 대내외 악재에 휩싸인 한국 경제가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장기 침체 뿐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도 한몫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IMF(국제통화기금, 2.6%) 전망치와 같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8%)와 한국은행(2.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KDI는 한국 경제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동차 조선 등 침체된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과 신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의 경직성 등 비효율적 요소 제거, 인적자원의 원활한 재배치,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질서 있는 규제개혁, 사회 안전망 확충과 인적자원의 재교육 등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급한 구조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성장여력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성장 차원의 정책 패키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동반한 물가 상승), 중기적으로 고실업,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복지, 재정 건전성의 트릴레마(trilemma)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쌀값이 60%이상 급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 눈치에 비축미를 못 풀고 있다. 지난해 중순 한 가마(80㎏)당 12만원 중반 대였던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19만3684원으로 1년 반 만에 7만 원 가량 올랐다. 한 가마(80㎏)당 19만원을 돌파한 쌀값이 미동도 않고 있다. 하지만 농민 단체와 농가들은 "쌀 목표 가격이 24만원은 되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질된 두 경제팀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다. 경질되기 전과 후와 정책방향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초점이다. 경제가 이토록 악화된 것은 경제팀의 역량 부족 탓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이념과 정치 논리에 빠진 정부의 경제 기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주요 정책인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 개혁 거부, 공무원 증원, 대기업 규제, 탈원전 등은 기본적으로 선거를 위해 정치 공학적으로 설계된 포퓰리즘 공약이다. 이것이 통째로 국가 정책으로 실행됐다. 심각한 결과를 낳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야권은 탈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이 정책적 실패로 귀결됐고, 전형적 '코드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일방통행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도 "부동산 등의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져야 할 인사에게 더 큰 권한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중진의원도 "국내외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이를 헤쳐 나갈 국제적 안목과 역량을 가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질된 두 경제팀은 여야의 비판적 시각을 겸허히 경청해서 어려운 경제난국을 타개해 나가길 바란다. KDI의 경제전망과 권고를 결코 좌시하지 않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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