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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떼 속의 염소정우천 입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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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8  15: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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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축하며 사는 유목민족은 양을 키울 때 양 떼 사이에 염소를 한두 마리 넣어 같이 키운다고 한다. 염소와 양은 비슷하면서도 그 성향이 매우 달라, 양 떼 속의 염소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늑대 등의 외부 침입이 있을 때 양은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몰려 도망 다니지만, 염소는 도전적으로 침입자에 맞서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그사이 주인이 오거나 양이 피할 시간을 벌어준다. 또한 진취적 성향인 염소는 늘 가던 길로 다니는 양들과 달리 여기저기로 눈길을 돌리다 새로운 목초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성향이 같은 것끼리 있을 때가 좋을 수도 있지만, 성향이 다른 것이 섞여 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연인이나 동호인 등 사적인 관계의 경우에는 공통점이 많을 때가 좋을 것이고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공적인 조직은 다양성이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국가나 기업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더 나은 앞길을 열어가야 하는 조직에서의 다양성은 특히 필요할 것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후유증에 시달리다 역사의 어둠으로 사라진 예는 역사 속에 흔히 있었다. 순혈주의를 고수해 근친혼으로 왕조를 이어갔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그 부작용으로 심한 주걱턱과 각종 질병에 시달렸으며,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 것만 끌어안고 있다가 세계사의 변방으로 떠밀리고 식민지가 된 조선처럼 열강의 희생양이 된 나라들도 있다.

콜럼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역량을 가진 정화(鄭和)함대가 명 황실의 항해금지령으로 이후 대항해 시대를 유럽에 넘겨주고 세계사의 주역에서 밀려난 것도, 유럽의 경쟁하는 여러 왕조에 비해 단일한 통일왕조로서 다양성이 뒤진 명 황실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혈주의는 대개 자신들의 것을 뺏기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자행된다. 그러나 자신을 지키려는 순혈주의는 오히려 지키고자 했던 것을 더 빨리 잃어버리게 했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유전적 근친혼이야 생물학의 발달로 그 해악이 알려져 이제는 사라졌지만, 혹시 우리는 '정신의 근친혼'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자문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집단이,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적대적이며 배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은 기업이든 단체든 국가든 위험하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은 그가 속한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물론이려니와 결국은 그 자신의 존립도 해친다.

대립을 통해 경쟁하며 타협해가는 비효율적인 듯 보이는 제도인 민주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통치 형태로 자리매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배의 한쪽 편으로 사람이 쏠리면 결국 그 배는 온전히 항해할 수 없는 법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의 생각이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고, 젊은이들의 절반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고시원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회가 온전한 사회일 리가 없다. 자신과 다른 생각에도 열려있는 관용이야말로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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