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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결정법과 존엄하게 죽을 권리오원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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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8  15: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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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근 변호사] 지난 2월부터 이른바 ‘연명의료 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즉, 존엄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법에서 정하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임종과정)에 있어야 하는 외에 그 환자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법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을 4가지 두고 있다.

첫 번째, 말기환자 등이 담당의사를 통해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이 계획서에 나중에 임종과정에 이르게 되면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 누구든지 사전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의향서를 작성하여 법에서 정하는 의료기관에 제출하여 등록할 수 있다.문제는 위와 같이 환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다. 이에 대비해 법은 두 가지 방법을 두고 있다. 먼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환자가족 2명 이상이 일치하여 환자가 전에 임종과정에 이르렀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를 원했다고 진술하면, 이것을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다음으로 그런 방법으로도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문제되는데, 이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동의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환자가족이란,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말한다. 직계존비속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손주나 증손주, 조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이들 모두의 동의까지 있어야 한다. 대단히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난 11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은 동의를 얻어야 하는 환자가족의 범위를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1촌 이내의 직계존비속으로 좁혔다. (2019. 3. 28.부터 시행)

법 시행 후 지난 10월 3일까지 약 8개월간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20,742명에 달했는데, 구체적 유형별로 보면, (1)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가 154명으로 0.7%, (2)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가 6,836명으로 33%, (3)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이루어진 경우가 6,224명으로 30%, (4) 환자가족 전원 동의로 이루어진 경우가 7,528명으로 36.3%였다고 한다. 미처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서는 바람에, 환자의 의사가 구체적으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가 중단된 경우가 전체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 환자 개인의 의사에 따른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비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본다. 연명의료 결정법의 시행을 지켜보면서, 인간답게 ‘살’ 권리도 중요하지만,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필자도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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