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입장차에 자사고 설립 놓고도 대립
시민단체도 대리전 양상… 도민 우려 커져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고교 무상급식, 자율형 사립고 설립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함에 따라 도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양 측의 힘겨루기에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대리전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은 내년도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비 분담에는 합의했지만, 고교 무상급식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자며 초·중·특수학교와 마찬가지로 식품비의 75.5%를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부담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도는 식품비의 50%만 부담하겠으며 전면 시행이 아니라 학년별·지역별 단계적 시행을 검토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도 산하 자치단체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고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식품비는 총 230억원인데 도는 절반인 115억원을 분담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도교육청은 75.5%인 174억원을 부담하라는 입장이다.

충북도 정책기획관과 도교육청 행정국장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각자 정한 마지노선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지난 26일 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도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재정자립도가 충북(37.37%)보다 낮은 전남(26.42%), 전북(27.92%), 강원(28.68%) 지역에서도 고교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며 "충북도는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소극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 문제에 대해서도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다.

충북도는 도내 고교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려면 자사고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58개나 되는 자사고, 영재고, 국제고가 충북에 1개라도 설립된다면 고교 평준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충북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도교육청은 정시 모집을 겨냥한 자사고 설립이 명문대 진학률 제고 대책이될 수 없으며 일반고를 활성화, 수시모집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설립 허가권을 쥐고 있는 도교육청이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충북의 유능한 인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충북 교육 당국은 자사고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충북교육발전소는 2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책 공약인 '고교 무상급식'은 뒤로 한 채 이시종 지사는 공약도 아닌 데다 학력고사 때인 줄 착각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명문고 설립을 얘기하며 김병우 교육감은 거기에 발맞춰 교육부에 의향을 타진해 보겠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충북 학생들이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명문고인지, 청와대 출근인지 수장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고교 무상급식 갈등과 자사고 설립 주장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도가 두 사안을 연계시켜 도교육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자사고 설립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고교 무상급식 시행마저 기약 없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