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상당수 선진국들이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일제 36년 식민통치하에서 해방되면서 지금의 국가경찰이 창설됐다. 국가경찰이 단일체제이다보니 분권과 참여라는 지방자치원리를 실천하지 못했다. 또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주민들의 치안욕구에도 적극 응대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의 도입도 중대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밀착형 치안 행정을 펼치자는 취지에서 자치경찰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첫 제주특별자치도가 프랑스 자치경찰제 모형에 가까운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 시범 시행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울·제주·세종 등 5개(2개는 추후 선정)지역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지방자치가 23년 전에 시작됐어도 자치경찰제는 뒷걸음만 쳤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지방 경찰은 방범·교통 등 '민생 업무'를 맡고, 주요 수사는 국가 경찰 기능을 겸비한 국가경찰이 맡는 자치경찰 구조로 운영된다. '자치경찰제'는 국민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그럼 우리의 자치경찰제 도입의 이유는 무엇일까? 자치경찰제 시행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당초 최소한 경찰서까지는 지방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지구대·파출소만 넘기는 수준으로 조정 운영키로 했다.

자치경찰제가 실행되면 국가 경찰은 정보·수사 등 주요 기능을 독점하는 현실은 하나도 변치 않는다. 이번 정권이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제목 하에 공약집에 들어있는 사항이다. 자방자치와 함께 경찰이 과도한 권력을 갖는 것, 권력자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일 것이다.

수사권 재조정이 이뤄지면 경찰이 더 큰 권한을 갖게 되니 힘의 분산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속사정인지도 모른다.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국가경찰과의 명확하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업무 중복을 피하면서도 치안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위 초안에는 예방이나, 초동대처는 자치경찰 하의 지구대에서, 수사는 국가경찰에서 하는 식인데 지휘체계 문제로 인한 혼선도 불가피해 보이나 아무튼 성공에 기대를 걸어 본다.

정부안 확정에 앞서 여론수렴 과정에서 여러가지 우려와 지적을 잘 새겨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갈등과 혼란을 줄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와 의견 수렴이 필요할 줄 안다. 자치경찰이 출범하기도 전에 불신부터 하자는 건 아니지만 '국민 안전'은 결코 연습의 대상이 아니다.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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