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예비역 장성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참석해 현재의 국가안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이 주최했다. 이 모임은 이종구·이상훈 등 전 국방부장관 12명과 전 육해공군 참모총장, 전 해병대 사령관 34명 등 415명의 예비역 장성들로 구성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예비역 장성들 뿐 아니라 현역시절 군에서 주요 간부를 역임한 예비역과 일반 시민들 3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해 홀을 가득 메웠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보 전문가들은 “9·19 남북군사합의서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 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전쟁 한번 없이 한국군의 군사력을 무력화 한 것이다”라며 “한미연합방위체계를 사실상 불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상훈 전 국방장관 겸 재향군인회장은 “안보분야에 종사했던 50여년간 항상 북한한테 당하기만 했다. 우리가 도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군사합의서는 우리가 정찰 비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그러면 북측이 기습할 여지를 주게 된다. 전쟁은 기습하는 쪽이 이길 확률이 80% 이상이다”라고 문제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물로 남긴 남북군사합의서는 상당히 큰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이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난 10월 23일 전격적으로 비준했다. 이 합의서는 지난 1일부터 실질적으로 발효되고 있다.

남북군사합의서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비행금지, NLL(해상분계선) 인근의 훈련중지 등을 담고 있다. 이중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MDL을 중심으로 남북 수십킬로미터 구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함으로써 우리가 월등히 우월한 수준에 있는 정찰 자산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합의서에 따라 남북은 DMZ(비무장지대) 내에 설치된 경계시설과 야포 등을 철거하고 있으나, 이런 합의만으로 남북의 군사적 충돌과 도발이 제거된다고 믿기 어렵다. 평화는 몇 줄의 상호합의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이 도발할 의도를 갖지 못할 정도로 확고한 군사력을 갖추고 물샐 틈 없는 경계시스템을 갖출 때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동맹국 미국이 수 만 명의 병력과 최첨단의 전략자산을 전개해 놓고 우리의 안보를 보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며, 한미연합사령부를 체제를 갖고 있다. 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엔군사령부가 주재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독단적으로 북한과 군사적 합의를 하고, 경계와 정찰 자산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한다는 것은 동맹관계를 약화시킬 우려도 높다.

남북군사합의서도 문제이지만, 확실한 근거도 없이 북한을 지나치게 믿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거나, 세계 최강의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을 막는 것은 더 위험하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며칠 전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이 한국정부가 요청해서 올해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했다고 한 발표는 매우 충격적인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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