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교권을 확립하고, 학생지도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청원에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후부터 사실상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뒤에 5분이라도 서 있게 하는 것, 칠판에 이름을 적게 하는 것, 반성문을 쓰기 하는 것, 수업 끝나고 교실에 남겨서 상담하는 것, 목소리를 크게 하며 혼내는 것' 모두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인권 침해이며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하였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친절한 말로 타이르는 것인데 이것도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발하면 교사의 잘못이 된다는 것이다.

교육이 정치적 색채를 띠면서 교육 백년지대계에서 교육 오년지소계로 바뀌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교육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된 경향이 짙다. 그들은 우리의 교육 문화적 풍토와 무관하게 북유럽을 교육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정책을 베껴먹고 우려먹기를 서슴지 않는다.

△수업방해, 학칙위반, 부정행위시 최대 2시간까지 방과후 잔류 혹은 서면경고 △위반행위가 심각하거나 1단계 지도 불응시 최대 3개월까지 정학 △다른 학생이나 학교 시설에 폭력적 행위를 가하거나 수업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시 등교 정지 △학교는 정학생을 위한 개인학습 및 교정계획 수립해야 함 △수업을 방해할 경우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교실을 떠나 별도 장소에 가 있도록 지시할 수 있음 △숙제를 안 해 올 경우 교사는 방과 후 남아서 최대 1시간까지 하도록 지시할 수 있음.

 이상은 이윤미 교수의 논문에서 인용한 핀란드 교육법에 명시된 교사 훈육권 내용의 일부이다. 학생인권조례안 도입시 어찌하여 이러한 내용을 참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핀란드 교사의 훈육권을 우리 현실과 견주어보면 교육 선진국은 핀란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되는 게 마땅하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친절한 말로 타이르는 것조차 학생인권조례에 의하여 아동학대로 고발당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가 아닌가.

교육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말은 교육정책이 학생이나 교사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는 선거 표심에 따라 요동친다는 의미이다. 표심이 교육정책을 좌우하고 학교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교육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항간에는 교사 몇 십만 명만 외면하면 국민 대다수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돈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이다. 그런데도 교육정책은 표심에 따라 춤을 추고 교육 현장은 제 밥그릇 챙기기나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쁘다.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는 퇴직교사가 늘어나고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야 할 유능한 인재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선다. 인권도 좋고 표심도 좋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 훈육권을 돌려 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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