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기 전에유럽의 체코공화국을 먼저 방문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체코 도착 당일인 11월 27일 프라하 성을 관광하고, 다음 날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났다. 서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갈 경우 급유 등을 위해 기착지 한두 곳을 들르게 된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달라스 휴스턴 마이애미 뉴욕 애틀란타 로스앤젤레스, 유럽의 로마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같은 교통의 중심지를 기착지로 삼는다.

문 대통령이 이런 도시들을 배제하고 체코를 기착지로 택한 것은 이례적이며, 그것도 황급히 잡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발에 앞서 체코 방문 목적을 “원전 수주 지원”이라고 밝혀, 이번 체코 방문이 급유를 위한 기착인지 정상적인 순방인지 성격조차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체코 총리와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의 원전산업을 자랑한 내용이 국내 탈원전 정책과 상충되고, 원전 반대세력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청와대는 추후에 “원전은 의제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꿔 왜 체코를 들른 것인지를 더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체코는 아직 구체적인 원전 발주 계획을 세워놓지 않아 대통령의 원전세일즈는 시기상조였다.


체코 국가원수인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순방차 해외(이스라엘)에 나가있는 상태인데 체코 방문을 추가한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주인은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 집을 비웠는데, 그 집에 엄청난 물건을 팔겠다고 찾아간 격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이번 체코 방문을 놓고 북한 김정은의 서울 방문과 관련된 ‘막후 접촉’의혹까지 제기됐다. 2인자인 국무총리와 만났으니 ‘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어려워 ‘체코 총리 면담’이라고 발표했지만, 이것도 나중에 ‘체코총리 회담’‘정상회담’이라고 정정했다. 청와대는 그 해명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였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함까지 드러냈다. 이번 회담은 ‘정상급회담’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외교부는 30일 장문의 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으나 외교부의 반박도 청와대의 해명 만큼이나 설득력이 약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외교 역사상 해당 방문국 정상이 부재중인데 정상 외교를 목적으로 방문한 사례가 있느냐. 외교적 결례를 당한 참사였다”는 야당의 비판에 더 무게가 실린다. ‘원전 세일즈’를 한 것 자체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위험성을 이유로 멀쩡한 원전을 세우고 건설계획까지 백지화 해 원전 관련 산업을 황폐화시키면서, 다른 나라에 가서는 “우리가 지어주겠다”고 하는 게 좋게 보이겠느냐는 지적이다. “나는 위험해서 안 먹을테니 너는 사먹으라는 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어쨋거나 문 대통령이 원전 수주를 위해 체코 총리에게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홍보한 것은 진실을 말한 것이기는 하다. 부지불식 간에 속마음을 털어놓은 셈인데, 이 말이 정책으로 확정돼 탈원전 정책은 취소돼야 한다. 또 대통령의 외국 방문은 그 목적과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만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의제를 갖고 만나는지도 사전에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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