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원 前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권신원 前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최근 한 인터넷 뉴스를 접했다. 요즘 유행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영상이었다. 한 청년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기획된 영상은 다음과 같았다.

길을 가던 한 청년이 노숙자에게 과자를 건넸고, 배고픈 노숙자는 과자를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하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자는 그냥 과자가 아니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촬영을 하기 위해 청년이 장난으로 치약을 넣은 과자이다. 얼마 후 노숙자는 화가 난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과자를 건넸던 청년은 재미있게 웃는 장면이 나오는 영상이다. 결국 이 청년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평범한 미담인 줄 알았던 영상은 반전의 흐름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주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저런 짓을 할까 하는 행태와 이를 통해 재미 삼아 즐거움을 찾으려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머금게 했다.

명나라 때의 사상가인 왕양명은 '치양지(致良知)'라는 말을 남기며 일상생활 속에서 양지(良知)를 지향하여야 할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양지(良知)'란, 인간의 선한 본성을 말하는 것으로 누구나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착한 마음을 뜻한다.

예를 들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그 사고로 인해 부상당한 사람을 보면, 누구라도 부상당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천 여부를 떠나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양지(良知)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 하는 점에 근거하여 행동해야 하며, 그 자체가 인간의 도리이고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치양지(致良知)의 참뜻 임을 알 수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지나치게 만연된 개인주의로 도무지 나 말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일들로 인해 공허함으로 심심치 않게 한숨을 쉬곤 한다. 남을 돕고 안 돕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기주의는 나쁘고 이타주의가 좋다는 것도 아니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나를 위함에 있어서, 적어도 뭐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된 말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닌 같이 사는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선한 마음과 바른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치양지(致良知) 설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선함을 기본으로 갖추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선함을 추구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와 맞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하늘의 이치에 맞으면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하늘이 반드시 돕지 않을까. 우리에게 내재된 선함을 알고, 좋고 싫음 이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바른 사회를 이끄는 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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