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올 하반기부터 조심스럽게 대두된 '경제 위기설'이 한낮 기우에 불과할 지 주목된다. 당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용악화 등 내수경기 침체로 올해 3분기 들어 가계 순자산 증가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이는 곧 가계에서 쓸 돈이 말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올 3분기 우리나라의 가계 순자산은 가처분 소득 대비 4.78배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점을 기록했던 전 분기 4.83배보다 하락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실질 가처분 소득도 8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수년 동안 천정부지로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9.8%에 달한다.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비중은 74.4%로 미국(34.8%), 일본(43.3%)보다 높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1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6조원 줄었다. 한은은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자산 평가액이 감소했으나 주택 구매를 위한 부채가 늘어 결국 다른 소비에 쓸돈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22.4%에 달한다. 이 또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국민들이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특징은 세금이 차지하는 몫이다. 비소비지출 가운데 세금 비중은 3분기 23.7%로 2003년(13.4%) 대비 1.76배 가까이 커졌다. 쓸 돈이 줄어든 이유에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한몫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가계 자산 증가세가 최근 꺾인 데다 이자 부담이 더해져 가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

실제 국내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 비용은 무려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비관적인 상태로 돌아섰다.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가계가 지갑을 닫는다는 얘기고 정부가 희망하던 국내경기 회복은 일찌감치 문 건너갈 수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조차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2% 중반대로 예상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국민연금 인상안과 최저임금제 본격 시행 등 국민의 세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난달 2.9%나 오른 소비자 물가 또한 예사롭지 않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 서민들의 난방 연료인 등유와 연탄가격이 각각 16,4%와 15.0% 올라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걱정스럽다.

제2기 경제수장까지 바꿔가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기조를 꺾지 않는 문재인 정부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작금의 한국경제와 서민경제 위기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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