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수 브랜드평판 2018년 10월, 11월 빅데이터 분석결과 1,2위다. 지구촌이 온통 신난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7인조로 구성된 그룹의 인기는 결코 그냥 굴러온 게 아니다. 음악의 기획과 마케팅을 하면서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 바로 성공 신화를 썼다. 공개 당시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춤은 진짜 악마의 영혼까지 건져낸 느낌 아니었을까. 대중들은 헷갈린 듯 어리둥절하지만 '방탄'이란 이름처럼 편견을 막았다.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삶의 자국, 음악으로 소통되어 세계인에 꽂혔다.

지난 가을 내내 축제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지역자원을 고부가(高附加)하여 지역 시너지를 높이려는 방안 중 하나다. 화장품(충북), 직지·생명(청주), 온천(충주), 의병·한방(제천), 대추(보은), 묘목(옥천), 포도·난계(영동), 농다리(진천), 품바(음성), 고추(괴산), 인삼·들노래(증평), 온달(단양)등 대표 축제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정작 앞장서야할 지역주민은 심드렁하고 문화·역사·경제와 정서적 간극역시 그럴듯한 이름을 비켜갔다. 무대 위 현란한 몸짓을 빼면 정체성이나 주제와 전혀 무관한 천편일률 프로그램의 실망스러운 채점표, 엄청난 예산을 마구 퍼부어도 좋은가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구경은 많이 했는데 뭘 봤는지 고인 게 없다.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거나 뿌리 잘린 변질 때문이다. 축제는 지역 합의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베끼기에 급급한 우스꽝스러운 가짓수의 홍수로 관심을 떠나고 있다. 아파트 내 주차장서 그리 싫지 않은 폭죽소리가 들렸다. 세 가족 연합 '끼리끼리' 발표회였다. 초등학생 지휘로 동요를 부르더니 훌라후프 묘기·마술·시낭송까지 이어졌다. 무대라곤 달랑 아스팔트 흰 주차선, 분위기는 후한 점수로 넘쳐났다. 그 뿐일까. 무쇠를 달군 검정 솥에서 쏟아낸 튀밥과 각설이 장단에 빠져 늦도록 새 주인을 못 만난 토종닭은 다시 제 집을 향한 안도의 큰 울음으로 5일장을 닫는다. 촌스럽지만 우리네 정서에 이보다 어울릴 작품이 있을까 싶다.   

일부 축제의 경우 뭔가 흔쾌하지 않은 일부 감각없는 문화단체·축제위원회·민선단체장 아집에 기우뚱한 채 거듭나기는커녕 티격태격 리스크를 더해왔다. 알면서 보면서 겪으면서도  '언제 그랬나' 싶게 의견은 사방으로 갈려 타성을 뛰어 넘지 못한다. 얼마 전, '축제의 구조조정, 강도 높은 정리'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입막음이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까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지역·시대적 대응과 분명한 정리 역시 필요하다. 기본부터 단단해야 수준도 남다르다. 아이돌 모두 방탄소년단이 될 수 없듯, 축제마다 방탄소년단만 본 따려는 우(遇)가 문제다. 중요한 건 유사 내용 통·폐합, 일정 조정, 차별화, 예산 운용, 발전 전략 등에 공론화를 존중하면 훨씬 고득점도 가능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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